전군표(59) 전 국세청장이 2006년 CJ 측으로부터 30만달러와 2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3일 구속됐다. 전 전 청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고,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전 전 청장이 구속되면서 앞서 구속된 허병익(59)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질지 주목된다. 허 전 차장은 CJ그룹 신동기(57) 부사장으로부터 3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30만달러를 전 전 청장에게 모두 전달했다는 주장이 검찰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 전 차장이 풀려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 예상이다. 국세청 고위 간부였던 허 전 차장이 CJ 측으로부터 30만달러를 건네 받는 순간 뇌물죄가 성립하고,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뿐이라는 이유다. 검찰도 허 전 차장이 CJ 측으로부터 향후 세무조사 관련 편의를 봐줄 명분으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0만달러도 단순 전달 이상으로 개인적인 인사 청탁 명목도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군표 전 청장이 정상곤(59) 전 부산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 명목으로 79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돼 3년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던 2007년 사건과 닮은꼴이다. 정상곤 전 부산청장은 당시 건설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특가법상 뇌물) 이 중 일부를 전 전 청장에게 전달한 혐의(뇌물 공여)로 기소됐다. 법원은 정상곤씨의 1억원 뇌물 수수 혐의와 7900만원 뇌물 공여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허병익 전 차장은 CJ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도 피해갈 수 없다. 뇌물액 3000만원 이상부터 형법상 뇌물죄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돼 법정형이 훨씬 높다. 허 전 차장은 "내가 가져간 시계는 3000만원짜리 남자 시계가 아니라 2000만원 여자 시계"라고 주장했지만, 전군표 전 청장이 자신이 받은 여자 시계를 보관했다가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허 전 차장이 가져간 시계는 남자 시계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