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장외투쟁 이틀째인 2일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에 필요한 요구 수준을 더 높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 동행 명령장 발급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 증인 출석 등 네 가지가량이 추가됐다. 시간이 갈수록 요구 조건은 늘고 지도부의 발언 강도도 세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갈수록 요구 조건 늘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임시 천막 당사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관영 대변인은 "원세훈·김용판의 증인 출석 확약만으론 안 된다"며 "(박근혜 대선 캠프의 핵심이던)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동행 명령서 발부 요구를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자 요구 사항을 더한 것이다.

장외투쟁 이틀째인 2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광장 천막당사 옆에 마련된 기자석을 찾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 등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국정원 2·3차장과 댓글 관련 실무진까지 모두 불러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를 만들어야 한다" "국정조사 기한을 연장하자" 등의 요구도 하고 있다. 3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이후 여권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 조건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협상파의 입지는 크게 줄고 강경파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며 "장외로 나온 이상 수확 없이 회군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8일까지만 해도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하고, 국조특위 일정에 합의하는 등 협상 무드였다. 그러나 29일 국조특위에서 증인 채택이 불발된 이후 기류가 싹 바뀌었다.

◇박 대통령 집중 공격

민주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김한길 대표 등은 그동안 여권이 "대선 불복 의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불복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공격 화살을 새누리당에서 박 대통령에게 돌리고, 야권 성향 단체들이 열어온 '촛불 집회'에도 참여키로 한 것은 결국 '대선 불복 심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싸움 상대를 '이명박 국정원'이나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정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발언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남재준 원장을 비호하고 국정조사를 파탄 낼지 대통령은 입을 열고 답해야 한다"고 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침묵은 비겁한 방관"이라고 했고, 이용득 최고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짓밟았던 역사를 딸로서 치유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대선에 불복해 달라고 (민주당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 등 지도부는 대선 불복 논란에도 불구, 3일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강경파의 참석 요구 압박이 크다"고 했다.

◇"대통령 공격은 대선 불복 의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간 "민주당 지도부와 인내심을 갖고 정국 정상화를 위해 대화하겠다"며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총공세로 나오자 "민주당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며 정면 대응 기류로 바뀌고 있다.

민주당이 촛불 집회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재차 공격할 경우 '대선 불복 운동'으로 규정해 대대적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촛불 정당이냐 민생 정당이냐"고 했고, 지도부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 공격은 민주당 친노·강경파가 대선에 불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당 고위 인사는 "이번 장외투쟁의 배후와 동력은 민주당 지도부가 아니라 친노(親盧)·강경파"라며 "결국 문재인 의원 중심의 친노 진영이 제2의 촛불 사태로 키우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