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AD 918년 고려가 통일했다."(론리 플래닛 서울)

"한국 여성들이 성형을 많이 하는 이유는 미국인처럼 보이고 싶어서다."(스타일 시티 서울)

2013년 8월, 한국을 처음 찾은 여행자가 '한국 여행 가이드북'에서 접하는 내용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해외 여행자가 많이 이용하는 영문판 가이드북은 한국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 조선일보 출판팀이 '여행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서울'과 '한국'편, 영국 출판사 템스앤드허드슨이 펴내는 '스타일 시티(Style City)' 서울편을 살펴봤더니 ①크고 작은 오류 ②황당한 설명 ③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눈에 띄었다.

2010년 발간된 '스타일 시티' 서울편은 당시 서울시가 8만5000파운드(약 1억4400만원)의 예산을 출판사에 지원해 아시아 최초로 제작된 책.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해 제작 지원을 하고도 정작 내용 검증과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고려가 통일?

우선 눈에 띄는 오류. '론리 플래닛 서울'은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며 "한국은 AD 918년 고려가 통일했다"고 썼다. 676년 신라가 통일을 이뤘지만 그런 기술은 없이, 고려가 통일해 여기서 '코리아'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해외 출판사가 펴낸 '한국 여행 가이드북' 이미지

'스타일 시티 서울'에는 사소한 오류가 많았다. '북촌'을 '북촌동'이라고 표기하는 고유명사 오기(誤記), 아직 완공되지 않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명소로 안내하고, 국내 최초의 '한옥 치과'로 알려진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의 한 치과를 '서울 최초의 치과'로 소개하는 식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북한식 건물?

고개가 갸웃해지는 설명도 눈에 띈다. '론리 플래닛 한국'은 조선의 사대주의를 설명하면서 "6·25 전쟁 때 중공군이 대거 개입한 것도 사대주의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 동일한 영토에서 수천년 동안 역사를 지속해왔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늘 서로 잘 지내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 정치적으로 분단돼 있지만, 먼 옛날 삼국시대에도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어 살았던 역사가 있다. 이웃국가들과도 종종 잘 지내지 못한 나라"라는 설명도 있다.

'스타일 시티 서울'은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을 '기괴하게 거대한(monstrous) 건물'이라고 하면서 "마치 평양의 건물을 따라한 것 같다. 벨라루스나 마케도니아, 러시아 수도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이라고 했다. 황당한 설명도 적잖다. "한국 여성들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코를 높이고 가슴을 키우는 것은 미국인처럼 보이고 싶어서"라거나, "신촌 근처에는 작고 은밀한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있다. 아마도 세계 최대의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여대가 근처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소개하는 식이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론리 플래닛 한국'은 '인종 문제(racial issues)'를 다루면서 "단일민족 사회인 한국에서 이민자들은 종종 의심을 받거나 열악한 취급을 받는다"며 "2012년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이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한국 네티즌들의 반발이 컸고, 중국 동포가 수원에서 저지른 살인 사건 때문에 대중의 분노가 커졌다"고 했다.

'한국의 무질서한(unruly) 정부'라는 대목에선 부끄러운 국회 풍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2009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한 의회'로 꼽았다. 한국 국회의 토론은 종종 주먹질로 끝난다" "2008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놓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법안을 상정하자 야당 의원들은 해머와 전기톱을 이용해 문을 부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0년 '스타일 시티 서울' 발간 당시 내부에서 감수를 거쳤다"며 "잘못된 정보나 일방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개정판으로 시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영문책자를 발간하는 서울셀렉션의 김형근 대표는 "우리 스스로 한국에 대한 정보를 영문 자료로 더 많이 만들고 외국인 작가들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국내 도서관에 외국어 자료를 많이 비치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