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인 일본 지브리가 일본 금융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면 믿길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날이면 시장에 악재가 몰려든다는 이른바 ‘지브리의 저주(Curse of Ghibli)’가 일본 주식·환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징크스로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브리의 저주는 아주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일본 NTV(Nippon Television Network)가 매주 금요일 황금시간대에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면 금융시장이 출렁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특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날 미국의 비농업고용지표가 발표되면 겹악재가 온다고 얘기된다.
2010년 1월 이후 NTV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24번 방영할 동안 이 기간에 엔화 대비 달러가치는 18번 가량 하락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12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75%, 50%의 확률을 보인 셈이다. 지난 2011년 8월, ‘마녀배달부 키키’가 방영되고 미국의 고용 수치가 나온 날은 엔화 대비 달러가치가 1.2% 하락했다. 일본 벤치마크 인덱스도 0.7% 떨어졌다.
일부 트레이더는 참고 삼아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방영일을 확인하기도 한다. 일부 투자자는 재미 삼아 지브리의 저주를 활용해 베팅도 한다. 나카무라 유키오 프랑스계 보험사의 외환 트레이더는 “트레이딩을 할 때 지브리 만화를 TV에서 방영하는지 꾸준히 살피게 된다”며 “지브리 만화를 보는 건 아니지만 리스크 회피에 참고하기 위해 방영 일정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환투자자 가와구치 교고씨는 “가끔 지브리 방영날짜를 확인해서 재미삼아 베팅했는데 지금까지는 5번 시도해 4번 가량 돈을 땄다”고 했다. 이런 투자자들을 위한 안내문까지 등장했다. NTV에서는 ‘천공의 성 라퓨터’를 방영하고, 경제 지표가 나오는 금요일을 앞두고서는 트위터나 웹페이지에 관련 게시물들이 우후죽순 올라온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속설은 속설일 뿐이다. 실제로 ‘지브리의 저주’와 금융시장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니 진지하게 믿을 만한 것은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다이키 산요 정보제공업체의 코스지 츠토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둘 간의 상관관계를 따져봤더니 지브리 애니메이션 방영과 엔화 대비 달러가격은 사실상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의 고용지표는 약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이 두 가지 상황을 연결해 만든 심리적 현상일 뿐”이라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