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근 광저우 특파원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주강(珠江)'은 다리가 많고 강폭이 넓어 서울의 한강을 떠올리게 한다. 광저우의 스무 개 다리 중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건 '하이주(海珠)교'와 '리에더(獵德)교'다. 각각 옛 도심과 새 도심의 중심 다리로, 투신(投身) 시도가 잦아 극심한 교통 체증을 낳아왔기 때문이다. 이목을 끌려고 철교를 기어오르는 해프닝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참다 못한 시민이 투신 소동을 벌이던 남성을 다리 아래로 밀쳐 떨어뜨린 사건도 있었다.

광저우에선 잦은 투신 소동의 배경으로 두 가지가 주로 꼽힌다. 다른 도시에 비해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강에 빠져도 죽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의 '과학적 무지(無知)'가 그것이다. 하이주 주민 장징(張靜)씨는 "서너 시간씩 다리 위 차량 정체가 이어지면 '차라리 빨리 강으로 뛰어들라'고 소리치는 운전자들이 많다"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나 다리 위에서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 둘 다 투신을 '다이빙'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저우시가 투신을 막기 위해 쓴 대책은 여러 가지다. 다리 난간에 기름을 바르기도 했고, 철망을 촘촘히 두르는 방법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투신 소동을 벌이는 이들은 이어졌다. 예방 설비도 중요하지만 투신이 의학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월 후베이성 장강(長江)에서 남녀가 잇따라 투신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투신 관련 자료를 접했다는 주바오(朱寶)씨는 "강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검시 담당자 진술 등을 토대로 작성된 이 자료는 투신의 주된 사인(死因)이 강에 빠지는 순간 충격으로 인체 기관이 손상되거나 정신을 잃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이빙 선수처럼 정확한 자세로 입수(入水)하는 예외를 빼고는,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심장과 폐를 찢거나 목뼈·허리뼈가 부서지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때의 고통은 어마어마해 손톱으로 처참하게 자기 몸을 긁은 시신이나, 내장 파열에 따른 점액 등이 코로 줄줄 새는 시신이 많다고 부검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렇게라도 발견되는 경우보다는 바다로 쓸려들어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시신들이 더 많다.

올 초 서울시는 투신자살 시도가 가장 잦은 마포대교에 열감지 카메라와 지능형 CCTV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행자가 다리 난간에 오래 머무르거나 차량이 갑자기 난간 옆에 서는 등의 투신 징후가 포착되면, 수난구조대로 경고 신호가 자동 전달돼 투신 3분 안에 긴급 출동하는 체계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뛰어든 성재기씨를 막지도 구하지도 못했다.

강으로 뛰어내려도 수영만 잘하면 충분히 산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과, 과학적 설비와 구조(救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 우리에게는 무엇이 더 시급한 과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