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53) 사건과 관련해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결심 공판을 마친 최 회장은 이달 9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항소심 선고를 8일 앞두고 핵심 관계자인 김 전 고문이 체포되면서 법원은 선고 연기와 재판 재개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문은 이 사건에서 최 회장의 유무죄에 영향을 미칠 핵심 증인으로 관심을 모아 왔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을 신뢰해 6000여억원을 맡겨 선물·옵션 투자 등을 진행토록 했지만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건은 김 전 고문이 몰래 행한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간의 대화가 녹음된 녹취 파일이 법정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고문의 법정 진술이 재판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 또 변호인이나 검찰이 재판부에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청하면 재판부가 채택 여부를 정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채택과 변론 재개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린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1일 "향후 재판 일정 변경 여부에 관해서는 아직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의 변호인단 측도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신청 여부와 향후 재판 방향에 관해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공현 변호사는 "선고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당황스럽다"며 "변호인단이 모여 변론재개를 신청할지 여부와 향후 재판 방향에 대해 상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대만 경찰에 의해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법무부는 대만 당국과 협의한 후 향후 소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수석 부회장으로부터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전 고문은 외국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체포 당시 김 전 고문은 인터폴 수배가 내려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16일 열린 15차 공판에서 최 회장에게 "아직까지 김 전 고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 김 전 고문의 영향력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같은달 22일 열린 16차 공판에서 "김 전 고문이 경제분야에 정통해 신뢰했지만 회수하지 못한 투자금이 6000억원에 이른다"며 "이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자기만 믿으면 잘 마무리될 거라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우회적으로 불신을 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