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최근 한 강연에서 일본의 개헌 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 있었다"며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아소는 일제 전범(戰犯)들이 합사(合祀)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참배 않는 게 이상한 일이며 (평소에) 조용히 하면 된다"고 했다.

바이마르 헌법은 1차대전 패전국 독일이 만든 독일 최초의 민주주의 헌법이다. 바이마르 헌법은 군주제를 골간으로 했던 종전 제국헌법을 폐지하고 대신 국민 주권 원칙에 따른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다. 나치의 수괴 히틀러는 1933년 바이마르 헌법에 따라 독일 총리에 선출되자 행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권법(授權法)을 만들어 이 헌법을 무력화시켰다. 이렇게 해서 절대 권력을 잡은 히틀러는 전 세계를 전쟁의 화마(火魔) 속으로 끌고 갔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은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면서 '일본의 전쟁 포기와 교전권(交戰權) 불인정, 군대 불보유' 등을 못박고 있는 평화헌법을 바꾸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현행 평화헌법이 일본의 재무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당이 개헌을 밀어붙이기에는 일본 국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부터 평화헌법을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51%가 개헌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 역시 일본이 굳이 평화헌법을 바꿔 재무장하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아소가 '나치 방식의 개헌'을 들고 나왔다. 평화헌법을 바꾸기 위해 히틀러가 썼던 초법적(超法的)인 방법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2차대전 종전 후 세계 각국은 히틀러와 나치를 본뜨는 말과 행동을 금기시해 왔다. 일본은 2차대전에서 히틀러의 독일과 손잡았고, 독일이 유대인과 유럽에 했던 것 이상의 학살과 만행을 한국·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에 저질렀다. 그런 일본의 과거사를 생각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나치의 수법을 배우자'는 식의 말을 입에 올려선 안 된다. 그게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상식이자 교양이다.

아소는 일본 총리까지 지낸 아베 정권의 실력자다. 아소의 나치 발언을 보면 이제 일본 극우 정치인들에게 이성과 상식을 기대하는 것은 접어야 할 듯싶다. 어쩌다 일본 정치 지도자의 수준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들이 어떻게 일본과 머리를 맞대고 대북·외교·경제 문제를 협의할 수 있겠는가. '아베의 일본'은 점점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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