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영업 중인 대기업 계열 외국인 대상 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수익을 면세점만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 목소리도 일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등 지방 공기업은 "관광 수익을 제주 관광 산업에 재투자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에게도 외국인 면세점 운영권을 줘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 증가에 세(勢) 확장

지난 27일 오후 5시쯤 제주시 연동 그랜드호텔 맞은편 신라면세점 입구. 편도 2차선 도로의 1차로를 점령한 전세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 이들을 태운 전세 버스와 일반 차가 뒤엉키면서 이 일대는 교통이 마비됐다. 면세점 앞 휴식 공간에는 두 손에 쇼핑백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지난 24일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이 쇼핑하러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쇼핑을 마치고 나와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혼잡하다.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 11일 100만명을 넘어섰고, 연내 2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덕에 외국인 면세점들도 매출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제주에서 영업 중인 신라면세점의 매출액은 2011년 1313억2428만원(1억1709만7000달러·2011년 말 환율 기준)에서 작년 1975억1970만원(1억7612만1000달러·작년 말 환율 기준)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매출액이 8054만1000달러로, 현재 환율을 감안할 때 906억89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월평균 매출액은 1610만8000달러로 작년 1467만6000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어, 올해 총매출액은 작년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도 5월 말 현재 3884만1000달러(약 437억3500만원)로 작년 총매출 8402만7000달러의 46%를 넘어섰고, 월평균 매출도 776만8000달러로 작년 700만2000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들은 이런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에서 영업 중인 롯데는 제주시 중심가에 신축 중인 호텔 1~3층에 연면적 8000㎡ 규모의 면세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신라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업계 1위인 롯데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반격이다. 이에 뒤질세라 신라면세점도 사업장을 증축하는 등 규모를 확장하려 준비 중이다.

◇공기업 "관광 호황 열매 대기업이 독식" 도전장

제주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 면세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제주 경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수익을 고스란히 외부로 유출한다고 보고 있다. 윤춘광 제주도의원은 "제주도 등이 연간 마케팅 비용을 100억원가량 투입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면 대기업 면세점들은 앉아서 돈을 챙기는 형국"이라며 "신라는 3년간 지방소득세 1억5000만원, 롯데는 호텔까지 포함해 9900만원 납부한 것이 전부이고, 카지노 업체도 내는 관광진흥기금을 면세점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작년 제주 지역 카지노 8곳의 매출액은 1438억원으로 외국인 면세점의 매출액보다 1857억원 적지만, 관광진흥기금 납부액은 102억8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는 이런 대기업의 면세 수익 독식 체제를 깨뜨리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방안으로,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는 지방 공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하게 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제주도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외국인 면세점 설치에 적극적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면세점 수익으로 제주 관광 홍보 마케팅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고, JDC는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제주 관광 개발 사업 재원으로 재투자한다는 복안이다. 이들은 현재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와 제주공항·제주항에 각각 내국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대기업 면세점과 맞서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권이 있는 정부가 제주 지역에 면세점을 더 설치하는 데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정식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면세점 수입을 제주 관광 개발 등 공익적 재원으로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