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와 관련해 이 일에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 전원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구체적인 피(被)고발인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으로서 국정 전반을 책임진 문재인 및 관련 인사,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국가기록원 담당자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회의록은 그 회담에 나선 대통령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담긴, 국가의 기억(記憶) 장치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의 교훈으로 삼자며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을 만든 게 바로 노무현 정부다. 그 정부 아래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정상회담 회의록이 행방불명된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노 정부는 2006년 이 법을 제출하면서 "대통령 기록 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대통령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노 정부 관계자들은 2007년 10월 회담 후 국정원이 2부의 회의록을 만들어 1부는 국정원이 보관하고 다른 1부는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후 회의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 의원과 전문가들이 총동원돼도 회의록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여야는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을 공동으로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위신(威信)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노 정부가 의도적으로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면 명백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다. 단순히 실정법 위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기록의 역사적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해 온 노 정권이 정작 역사적 기록의 의미가 가장 큰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몰래 없애거나 숨겼다면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과는 다른 무엇이 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그들이 불법적으로 기록을 파기해야 했다면 절박한 다른 까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검찰한테 맡기지 말고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토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특검을 임명하는 데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민주당이 그 주장을 고집하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시간을 벌어 또 다른 일을 꾸미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특검은 검찰 수사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문재인 의원은 회의록 이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이었고, 이번엔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던 책임자다. 문 의원과 같은 부산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25일 "문 의원은 당을 위기와 혼란에 빠지게 하고 소모적 정쟁을 불러온 사람으로서 국민과 민주당 앞에 사과하고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귀를 열어 이 말을 듣고 감은 눈을 떠 당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가를 바로 보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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