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참전 21개국이 60여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뭉쳤다. 새로 구성된 '연합군'은 무기 대신 악기를 들고 평화를 연주한다.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26일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산역과 30일 부산 UN기념공원 근처 부산문화회관에서 평화음악회를 여는 'UN참전국 교향악단'이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이사장 김인규)은 정전기념일에 맞춰 평화음악회를 기획했다. 6·25 당시 전투 병력을 파견한 16개국과 의료 지원을 한 5개국 등 총 21개국 전문 연주자와 우리나라 연주자가 함께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UN참전국 교향악단’단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대강당에서‘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고 있다.

예술감독을 맡은 초대 국군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배종훈(50)씨는 "올 3월까지만 해도 교향악단을 못 꾸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단원을 선발할 무렵 돌발 변수가 생겼다. 북한이 올 2월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핵전쟁' 운운하며 위협하자 일부 연주자의 가족들이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며 한국행을 뜯어말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트롬본 연주자 키스 해리슨 디다(캐나다)씨는 "북한 뉴스가 계속 나올수록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꼭 가서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앤 크리스틴 판코일리(벨기에)씨는 "우리 어머니는 2차 세계대전 때 부모를 모두 잃어 고아가 됐다"며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미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이렇게 모인 26명은 23일 한국에 도착해 우리나라 연주자 32명과 함께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지휘를 맡은 로마시향의 상임 지휘자인 프란체스코 라 베키아씨는 "단원들 국적이 이처럼 다양한 교향악단 지휘는 처음"이라며 "6·25전쟁 당시 연합군 지휘관 심정을 알 것 같다"며 웃었다. 베키아씨는 북한이 정전기념일에 맞춰 실시하는 '아리랑' 공연과 관련해 "독재를 위해 폭력을 찬양하는 북한 공연보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음악회가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테너 정호윤 등이 협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