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브릭스(BRICs)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다."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
"10%대 고수익을 얻고 싶다면 멕시코에 투자하라."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
올초 내로라하는 투자 대가들은 입을 모아 멕시코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멕시코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멕시코 경제는 투자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4만6000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멕시코 볼사지수는 22일 4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고점에 비해 35% 가량 하락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론의 타격이 컸다.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오르고 인접한 멕시코 경제로 불똥이 튈 거라는 우려가 퍼진 결과다. 지난 1994년에 그랬다. 미국의 급작스런 금리 인상으로 멕시코 경제는 휘청했다. 증시가 50% 급락했다. 당시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번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겐 1994년 경제위기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며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 美 경제에 좌지우지…높은 의존도가 문제
요즘 멕시코 경제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밑돌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의 5%와 비교하면 4.2%포인트나 낮아졌다. 전문가 예상치(1.1%)보다도 아래다. 멕시코 정부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3.5%에서 3.1%가 됐다.
멕시코는 예전부터 미국 경제에 따라 울고 웃었다. 최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침체는 미국 쪽에서 시작됐다. 1분기 멕시코의 대미수출은 전분기보다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멕시코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았다”며 “멕시코 GDP의 19%를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의 상황이 예상만큼 좋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제조업 부문은 올 1분기 마이너스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3.6% 성장하면서 멕시코 경제를 이끌었던 것과는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멕시코 경제는 미 경제에 대한 너무 높다”며 “자체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질적인 국내 치안 불안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멕시코의 치안 불안이 경제부진의 이유 중 하나라고 꼽았다. 심각한 수준인 마약범죄 때문에 관광 사업과 외국인 직접투자(FDI) 모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127억달러(약 14조2811억원)에 그쳤다. 지난 10년 평균인 230억달러에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 "멕시코, 중국 대신할 제조업 생산기지"
하지만 낙관론을 내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경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용평가사들의 전망도 좋다. 지난 3월 피치는 멕시코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올렸다. 2009년 11월 신용등급이 내려간 후 약 44개월 만의 원상 복귀였다. 지금은 브라질이나 페루(BBB)보다도 한 단계 높다. 스탠다드푸어스(Standard &Poors)도 멕시코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올해 1월 ‘BBB 안정적’에서 ‘BBB 긍정적’으로 한 단계 올렸다.
근거는 뚜렷하다. 중국을 대신할 제조업 중심지로 멕시코만 한 곳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대형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임금도 여전히 낮은 편이라 제조업 경쟁력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윤재성 연구원은 “멕시코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과는 달리 제조업 산업비중이 큰 신흥국”이라며 “2009년 이후 제조업 부문 생산성이 개선되고 중국 쪽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미국 수입품 시장에서의 멕시코산 제품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멕시코 자산 가격이 지금처럼 내려갔을 때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신흥국 자산이 떨어진 지금이 바겐세일 기간이라며 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국부펀드는 멕시코 자산 등 신흥 자산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베어링 자산운용도 멕시코 페소화를 유망 투자처로 보고 있다. 베어링의 새너시스 페트로니콜로스 신흥시장 책임자는 “최근 멕시코 경제에 구조적인 변화는 없었다. 버냉키 발언을 이유로 멕시코 투자를 줄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멕시코의 경제성장률과 물가는 안정된 편에 속하고 재정 적자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좋게 봤다.
◆ 멕시코 부흥할까…관건은 개혁
하지만 멕시코 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5월호 기사에서 "멕시코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은 개혁뿐"이라고 했다.
멕시코 정부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석유시장을 독점한 국영 정유업체 페멕스부터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꼭 닫아뒀던 에너지 사업의 빗장을 75년 만에 풀겠다는 것. 이를 위해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개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멕시코 정부는 민간 자본과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약 2%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6년간 3000억달러를 기반시설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멕시코 연 GDP의 25%에 달하는 액수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를 글로벌 물류 중심으로 만들려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더 많은 인프라와 더 높은 생산성은 성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앞으로 5년 내 멕시코 경제성장률은 5%포인트 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안은 오는 9월 이후부터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재성 연구원은 “이미 노동시장 개혁, 교육개혁 등은 정당 간 공조체제를 통해 무리 없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에너지부문 개방과 부가가치세 개혁 등의 진행이 무난히 진행된다면 멕시코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