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7·21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자민당이 개헌론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22일 "국민이 개헌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을 설명하는 집회 등을 전국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법 정비, 헌법 발의 요건 완화 등 개헌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개헌 문제와 관련, "국민투표 제도부터 정비한 후 (개헌)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고 싶다"면서 "정치는 결과인 만큼 (개헌을 위해) 다수파를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포함해 차분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자민당이 예상보다 조기에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공약했으면서도 선거 기간에 개헌이 쟁점화되는 것은 피해 왔던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이다.
자민당은 선거 기간엔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개헌보다는 아베노믹스 등 경제 정책의 성과를 집중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개헌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에서 반대(47%) 비율이 찬성(34%)보다 높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한동안 경제정책에 주력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후 내년부터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당초 예측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민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은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개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민당·우리모두의당·일본유신회 등 개헌을 지지하는 정당들은 지난해 선거를 통해 중의원에서 이미 개헌에 필요한 의석(3분의 2)을 확보했다. 이번 참의원에서도 개헌 지지 세력은 143석을 확보해 개헌 의석(162석)에 바짝 다가섰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2일 참의원 의원 당선자와 기존 의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론이 개헌 반대인 공명당·민주당 소속 의원 중에서도 23명이 개헌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자민당이 주장하는 개헌 내용에 전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헌 내용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참의원에서 현재 정도의 개헌 찬성파 의원을 확보한 것은 다시 있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기회'인 만큼 조기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지지율이 급락해 아베 총리가 개헌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민주당과 공명당의 개헌파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헌법 개정안 내용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전망이다. 자민당 이시바 간사장이 "헌법 개정안의 군대 명칭을 꼭 국방군으로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도 헌법 개정안 내용을 유연하게 조정해 공명당과 민주당의 개헌파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한편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까지 참패하면서 자민·공명당 연합 여당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자 일본 언론들은 '민주주의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 평론가 이케다 노부오(池田信夫)씨는 블로그를 통해 "사실상 양당 체제가 붕괴함에 따라 전쟁으로 치달았던 전전(戰前)의 일당 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국민의 뜻과 다른 국회가 우려된다'는 사설을 통해 "야당의 몰락이 계속될 경우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국민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백지 위임장을 준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