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실종'된 것으로 22일 결론났다. 노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영토 포기 발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7일간 성남 국가기록원에서 예비열람과 키워드 검색을 통해 대화록을 찾은 여야 열람단은 검색 마지막 날인 이날에도 결국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열람을 의결한 지 20일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사초(史草)가 사라진 초유의 사태에 대해 서로 '노무현 정부 책임론'과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 NLL 포기 논란에서 사초 폐기 논란으로 새 국면 전환
여야 열람위원들은 이날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검색 작업을 계속했지만 끝내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 이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진행된 대화록 열람은 초유의 사초(史草) 폐기 논란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여야는 열람위원단 명의의 보고를 하기로 했지만 '대화록 실종'이라는 현상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보여 여당과 야당 열람위원들이 각각 보고를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후 3시에 열리기로 했던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도 여야간 이견 조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후 6시가 가깝도록 개회를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 의해 시작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은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었다. 이에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록 등 정상회담 관련자료 제출 요구안을 의결해 2007년 남북정삼회담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과 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했고, 이달 15일부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5명씩 지정한 총 10명의 열람위원이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관련 자료들의 열람을 시작했었다.
◆ 사초 폐기, 국기 문란 논란으로 이어지나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파일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정국은 사초를 둘러싼 책임공방과 진실게임에 빠져들게 됐다.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회의록이 삭제되거나, 참여정부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아 이관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향후 정국에 메가톤급 후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어느 쪽이든 책임질 사안이 발생하면 치명타를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A 대학 문헌정보학과의 한 교수는 "기록물은 한번 지정이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용도 등을 함부로 규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만약 회의록이 인위적으로 삭제된 것이라면 이유를 막론하고 국기를 문란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했을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대화록이 실종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수사를 의뢰하거나,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에 보관 중인 정상회담 녹음 파일의 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의 녹음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파일은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의 회담 배석자가 녹음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국정원이 이 녹음 파일의 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하는 작업을 맡게 되면서 보관도 국정원이 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