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퍼사이클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얘기가 여러 곳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력이 힘을 잃으면서 금·은·구리 같은 원자재 가격도 맥 없이 추락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금맥’인 희토류가 새로운 투자처로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금·은 등 원자재 산업계를 지탱해 온 주요 광물들의 가치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자재 ‘슈퍼 사이클(호황)’ 시대가 끝났다고 21일 보도했다. 올초부터 지난 19일까지 원자재지수는 10.5% 하락했다. 특히 산업계에 많이 쓰이는 구리·알루미늄·니켈 등은 20% 넘게 하락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닉 존슨 펀드매니저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끝났다"며 “중국 경기 둔화로 원자재 수요가 급감하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다른 한편, 미국에서는 희토류 광물 개발 붐이 일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마치 과거 19세기 미 서부에 불어닥친 ‘골드 러시(gold rush·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처럼 기업과 과학자들이 금을 캐고난 광산에서 다시 희토류를 찾아 모여들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희토류란 휴대폰이나 TV, 무기, 전기 발전소 터빈, MRI(자기공명영상) 기기 등에 꼭 필요한 희귀 광물을 뜻한다. 10년 전 원자기호 57번의 란타늄과 71번 루테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개의 희토류가 발견됐다. 희토류는 전자기기가 점점 작고 정교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희토류 발굴 사업에 착수한 것은 희토류를 독점 공급하던 중국이 희토류 가격을 올리면서부터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같은 전기차에 쓰이는 신소재인 네오디뮴 가격을 2009년 1kg당 15달러에서 2011년 500달러로 올렸다.
미국에서 희토류 탐사에 앞장 선 것은 과학자들. 스탠퍼드대 지질학자들이 골드러시 시대 서부 지역에서 개발된 광산에서 광물 샘플을 모은 데 이어, 이를 토대로 미 지질연구소(USGS)와 콜로라도 광업대 학자들이 희토류 매장 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알랜 쾨니히 USGS 소속 연구원은 “쓰레기로 전락한 돌무더기 사이에서 가치 있는 광물을 발견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AP에 말했다.
기업도 희토류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희귀금속 제조 전문업체 몰리코프는 망원경 렌즈 등에 사용되는 산화세륨을 채굴하기 위해 2만 미터톤(metric ton·1미터톤=1000㎏) 규모의 폐쇄된 광산을 다시 열었다. 올해 여름까지 채굴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의 래리 메이너트 광물 자원 프로그램 담당자는 "미국 정부가 금맥 위에 앉아있다"며 “새로운 광물 발견으로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