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린 'B끕 언어' 저자·장충고 교사

우리 학교에서는 해마다 '밤새워 책읽기' 행사를 한다. 말 그대로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워 책을 읽는 것이다. 물론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축구도 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는다. 평소 독서를 좋아하지 않던 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합법적 외박'을 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지난주에도 어김없이 행사가 진행되었고 밤을 새워 책을 읽은 학생들은 각자 소감을 이야기했다.

"오늘 밤은 내가 나 자신을 이기고 독서를 한 뜻깊은 날이다." "의구심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책읽기.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남들이 볼 땐 그저 놀기 위한, '밤새워 책읽기' 행사가 그들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말에서 한 차례 희망을 읽다가 문득 작년 수업시간에 했던 '5분 스피치'가 떠올랐다.

주제는 '20년 후의 나의 모습'. 알 없는 뿔테 안경을 쓰고 멋 부리던 학생은 유명 디자이너가, '치킨 식신'이라 불리던 학생은 치킨 체인점 CEO가 돼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학생만 "잘 모르겠어요"라며 발표를 미뤘고, 안타깝게도 결국 그 학생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교육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큰 꿈이든 작은 꿈이든 자신 있게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학교는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