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산업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가 180억달러가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 파산이다. 디트로이트는 1950년 인구 180만명으로 미국 넷째 도시였다. '빅3' 자동차 회사 중 GM·크라이슬러가 본사와 10여개 공장을 두고 있었고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관련 산업도 발달해 제조업 일자리만 29만6000개에 이르는 미국 최대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 70만 중소도시로 전락했고 제조업 일자리는 2만7000개로 1950년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실업률은 16%로 미국 평균의 두 배를 넘는 데다 인구의 36%가 빈곤층이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에만 의존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우지 않은 탓이다. GM과 크라이슬러 공장은 1950년대부터 부지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교외로 옮기기 시작했고 이어 다른 주(州)와 해외로 떠났다. 1970년대부터는 일본과 독일 차에 밀려 디트로이트의 일자리가 더 급속히 줄어들었다. 수십년에 걸쳐 자동차와 관련 산업 기반이 무너지는 사이 디트로이트는 그 공백을 메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빈 건물과 주택이 7만채에 이르러 도시 전체가 황폐해졌다.

공무원에 대한 과잉 복지는 디트로이트 파산의 또 다른 원인이다. 퇴직 공무원·경찰·소방관에 대한 연금·건강보험료 지급 관련 채무가 92억달러로, 전체 부채의 절반을 차지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인구와 세수(稅收)가 줄어드는데도 호황기에 만든 복지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계속 혜택을 늘려 온 결과다. 공무원 노조와 퇴직 공무원들은 지금도 복지 혜택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지역 경제가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어떤 파국을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필라델피아·볼티모어·피츠버그 같은 공업 도시도 비슷한 어려움과 몰락을 겪었다. 디트로이트는 복지 제도를 한번 잘못 설계하면 나중에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보여준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가와 지역 경제의 경쟁력 확보, 복지 제도 확충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지자체, 국민과 노조 모두가 디트로이트로부터 보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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