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받았던 2008년 당시 작성된 자료 목록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기록물을 넘겨받을 때 정상회담 대화록을 건네받지 않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사초(史草) 유실 사태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회 운영위 기록물 열람단이 22일까지 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한다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참여정부 인사들은 기록물을 모두 기록원에 이관했으며 기록원이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데 대한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국가기록원 “정상회담 대화록, 대통령 기록물 이관 목록에 없다” 파문
19일 복수의 국회 운영위원들에 따르면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검색하지 못한 것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넘겨받은 자료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전날 운영위 회의에서도 “대화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열람위원인 황진하 의원도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을 (처음부터)이관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처음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일부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인사들은 대화록을 분명히 이관했다면서 국가기록원측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 지정서고 목록에 대화록이 없다’는 것을 ‘대화록을 이관받지 않았다’고 연결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주장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지원 시스템은 기록물이 이지원에 등록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100% 넘어가도록 돼 있다”면서 “기록물 목록만 해도 수십만건이기 때문에 열람단이 실시한 키워드 검색으로는 대화록을 찾지 못했던 것 처럼 목록을 찾는 것도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 초대관장을 지낸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정서고 목록은 종이문서 목록을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이지원을 통해 전자문서로 이관됐고, 이에 따라 대화록이 지정서고 목록에 없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참여정부가 쓰던 이지원 시스템과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 관리시스템인 ‘팜스’의 운영체계가 달라서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술적으로 (찾는데)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여야, 상대방 정권에 책임공방···운영위 열람단, 민간전문가 포함시켜 자료검색 재개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증언들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책임론’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종열람 시한인 22일까지 지켜봐야하겠지만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만약 대화록 없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사초(史草)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22일까지 대화록을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그 경위와 책임소재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에서는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함부로 유출·가공되고 대선 때 낭독되고, 또 정보기관이 사본을 공개한 것만 해도 어처구니없다”면서 “정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기록물을 이관했다고 거듭 주장하는 만큼 국가기록원의 관리가 부실했거나, 대선 정국 당시 정상회의 NLL대화록을 정쟁에 활용한 여권과 이명박 정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2일 기록물 열람 최종 시한까지 대화록 존재 유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 운영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단은 이날(19일)부터 기록물 열람을 재개했다. 민주당에서는 전해철, 박남춘 의원 외에 참여정부 청와대 대통령기록물 비서관실 관계자와 이지원 시스템을 만든 회사 측의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진하 의원, 조명철 의원과 민간 정보 시스템 보안 전문가가 2명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