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65)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자유무역 협정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다음달 말로 WTO 사무총장직을 떠나는 그는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의 협정이 오히려 무역 자유화 가치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유럽연합(EU) 및 일본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EU와 첫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했고, 일본과는 오는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제(TPP) 협상 상대로 마주한다.
라미 사무총장은 "경험에 비춰봤을 때 무역 협상은 장애물이 아니라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식품안전기준이나 자동차 배출 규정 같은 특정 국가의 이해에 근거한 협정 내용이 많아지면서 무역 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과 브뤼셀, 도쿄 무역 협상자들이 상호 간 이익 증진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며 "누군가는 양국 모두 수혜를 볼 수 있도록 일관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라미 사무총장은 "결국 마지막 난제는 다자간 협상에서 교집합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미 사무총장은 특히 무역 협상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농수산물 보조금 논의를 들었다. 그는 "어떤 나라도 무역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산업이 피해를 보길 바라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EU의 FTA에서 누구도 농산물 보조금 축소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라미 사무총장은 도하 라운드에 대한 옹호론을 재차 강조했다. 도하 라운드는 2001년 시작된 WTO의 4차 다자간 무역 협상이다. 올해 12월 발리에서 협상이 예정돼 있다. 그는 "사람들이 12년간 지체돼온 도하 라운드에 지쳤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 협상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