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는“리얼버라이어티는 재미있어야 한다, 무조건”이라고 말했다.

‘리얼(Real)’은 험난하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산만하다. 힘들고 머리 아픈 이 단어를 골라내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남자가 있다. 전략은 단순했다. “일단 재밌으면 돼요, 무조건.” 나영석(37) PD. 그는 지난 5월, 평균연령 76세인 네 명의 ‘할배’와 함께 프랑스를 다녀왔다. 지난 5일 처음 방송한 tvN ‘꽃보다 할배’는 할배들이 유럽 여행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첫 회 최고시청률 5.4%(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입 가구 기준), 2회는 6.9%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쇠하기는커녕 다시 흥하고 있다"고 했다. "MBC '진짜사나이', SBS '정글의 법칙'을 보세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재미에 질리지 않은 거예요." 그는 2005년부터 KBS '1박 2일'을 시청률 40%가 넘는 '국민 예능'으로 만든 주역이다. 1년 5개월여 만에 컴백해, 그는 그의 주종목으로 진가를 입증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1박 2일'처럼 찍었다면 잘 안됐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우려면 상상할 수 없는 걸 찾아내야 돼요. 시뮬레이션이 아예 안 되는 그런 장면요. 그게 바로 할배들이었던 거죠."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정형과 비정형의 조화다. "파리는 배낭여행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도시잖아요. 할배는 배낭여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배고요. 여기 뜻밖의 리액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리얼 버라이어티의 필수 요소는 '생고생'이지만, 멍석을 잘 깔아야 한다. "할배들이 젊은 사람들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여행 가서 재밌는 게 나올 수가 없어요. 일단 서로 친숙한 멤버를 꾸려야 했죠." 이미지 관리만 잘해도 본전인 할배들이 섭외에 응할지조차 불확실했다. 2월 말, 맏형 이순재(80)를 찾아갔다. 단박에 거절당했다. "첫 마디가 '나 예능 안 해'였어요. 그리곤 덧붙이시더군요. '아마 동생들도 안 하려고 할걸?'" 그 다음 신구(77)를 찾아갔다. 설명도 듣지 않았다. "아 됐고, 그러니까 순재 형이랑 동생들이랑 여행 간다는 거지? 그럼 할게." 신구의 한마디에 이순재도 마음을 돌렸다. 백일섭(70)은 전화로 곧장 승낙했다. 나 PD는 "박근형(73) 선생님은 당시 드라마 2개를 하고 계셨어요. '정말 미안한데 안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라고 했다. 그러다 한 달 뒤 전화가 왔다. "나 PD, 나 이것 때문에 드라마 하나 접었어. 아직 안 늦었지?" 그림은 그렇게 완성됐다.

지난해 5월쯤 나 PD는 tvN '응답하라 1997'을 쓰고 있던 이우정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예능작가가 뭔 드라마냐'고 그만 두라고 조언했는데, 대답이 이랬어요.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거 따졌어, 재밌을 것 같으면 그냥 하는 거지.'"

그는 "대중의 평가는 정확하다"고 했다. "CJ E&M으로 이적(移籍)한 이유 중엔 분명히 돈과 조건도 있어요. 근데 가장 큰 이유는 '망해도 좋으니 하고 싶은 거 하라'는 약속이었어요. '할배'는 KBS여도 퇴짜 맞기 쉬운 아이템이거든요."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이 멋진 할배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도전하는 거잖아요. 멋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