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은 12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귀태(鬼胎)'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원내 대변인직을 사퇴했지만 사과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야권에 흐르고 있는 대선 불복 정서와 홍 대변인의 발언이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는 "이번 기회에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시비를 끊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민주당에 요구했고, 비슷한 시각 새누리당 지도부도 국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2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귀태’발언을 비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홍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전날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였다. 11일 새누리당에선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청와대에선 김행 대변인이 짤막한 비판 논평을 내놓은 정도였다. 내용도 그리 격하지 않았다. 11일 밤에도 새누리당에서 당 차원의 추가 대응 움직임이 없었다고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귀태' 발언이 11일 낮에 나왔고 알려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12일 대응 강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이정현 홍보수석의 강경한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뜻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11일 밤에 이미 박 대통령이 사안을 파악하고 있었고 그때 이미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야권 저변에 깔려 있는 '불복 기류'를 정면에서 짚어야 한다는 방침도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새누리당에도 그대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이 국정원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등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이 매우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합의된 국회 일정을 깨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본질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이라며 "이번 발언을 빌미로 여권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