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랜만에 천진한 웃음소리를 들었어요. 소설 쓸 때는 단 한 번도 웃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있는데, 오늘 정말 신선합니다."
다시 한 번 탄성과 환호가 터졌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강당. '101파워클래식 조선일보 찾아가는 북콘서트' 현장이다. 이날의 강연 손님은 소설가 신경숙(50)씨. 사실은 사회자가 정식 소개하기 전, 작가가 강당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여고생들의 함성이 치솟았다. 체크무늬 교복 치마를 입은 1, 2학년 600여명의 웃음 합창이 푸르다. 3학년은 마침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 이 학교 오세훈 교감은 "왜 하필 오늘로 잡았느냐는 원성을 3학년 학생들에게 들었다"며 웃었다.
'101 파워클래식'은 조선일보의 고전 읽기 기획. 이날 선정된 책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이방인'이었다.
'이방인'의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의 첫 문장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한다.
작가는 "이 두 문장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면서 "묘하게 두 책이 마주치고 충돌하면서 정반대로 흩어지는 느낌"이라고 서두를 뗐다. '이방인'은 엄마가 죽었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뫼르소가 주인공이다. 신씨 역시 여고생 시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뫼르소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여름 한 번씩 들춰보면서, 새로운 의미와 질문들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것. 그는 "어쩌면 빛보다는 그늘과 상처가 사람을 더 성장시킬지도 모른다"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겹의 의미와 경험을 주는 책이 고전"이라고 했다.
북콘서트는 예정했던 90분을 훌쩍 넘겼다. 학생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남은 명이 손을 들더니, 한두 차례 순번이 돌자 놀랍게도 100여명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작가의 하루 일상' '가장 아끼는 책'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의 범박한 질문들이었지만, 작가는 성의 있게 대답했다. '101 파워클래식 찾아가는 북콘서트'는 23일까지 서울과 수도권 20개 중고교에서 진행된다. camp.chso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