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수도권매립지 문제로 서울시와 인천시가 맞서 있다. 수도권매립지는 동아건설이 1980년대에 조성한 바닷가 간척지에 들어서 있고 현재 인천시 관할 구역이다. 인천시는 매립지를 애초 계획대로 2016년까지만 쓰자는 주장이고, 서울시는 매립 기한(期限)을 연장해 2044년까지 쓰자고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인천 주민 600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매립지 수명 연장 반대 집회’를 열었다.

갈등의 속사정을 이해하려면 1980년대 매립지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일을 되짚어봐야 한다. 1986년 서울시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가 돼가자 경기도 일원에서 대체(代替) 매립지 물색에 나섰다. 그러자 경기도가 '서울 쓰레기는 절대 받을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서울시는 환경청에 '중앙정부가 해결해달라'고 SOS를 쳤다. 그러던 차에 인천시가 동아건설 간척지에 자체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겠다고 환경청에 승인 신청을 했다. 환경청 관계자들은 무릎을 쳤다. 그 땅에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처리할 광역 매립장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1986년 가을 환경청 생활폐기물과에 근무하던 고재영 사무관(현 KC그린홀딩스 사장)이 상사와 함께 동아건설로 찾아갔다. 농지용으로 조성한 간척지를 쓰레기 매립장으로 썼으면 하니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그 얼마 후 전두환 대통령이 박판제 환경청장을 불렀다. '기업이 애써 조성한 간척지를 몽땅 달라는 건 심하지 않냐. 절반만 쓰라'고 했다. 전두환씨는 1986년 12월 동아건설 최원석 회장으로부터 민원 해결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 1996년 1월 검찰이 전두환씨를 부정축재로 기소할 때 공소장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동아건설 간척지 3630만㎡(1100만평) 가운데 북쪽 2071만㎡은 경기도 김포시 관할이었고 남쪽 1550만㎡는 인천시 관할이었다. 환경청은 1988년 2월 이 가운데 북쪽 간척지를 동아건설로부터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경제기획원이 '지자체 사업을 국비로 다 대줄 수 없다'며 150억원만 내줬다. 나머지 373억원은 서울시가 댔다. 이때부터 수도권 매립지의 소유 지분(持分)은 환경청이 28.7%, 서울시가 71.3%로 나눠갖게 됐다. 김포시 관할이던 수도권 매립지는 1995년 인천이 광역시가 되면서 인천으로 편입됐다.

1988년 523억원에 팔린 수도권매립지 땅 2071만㎡는 요즘 시세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동아건설이 1999년 농업기반공사에 빼앗기다시피 넘겼던 남쪽 간척지엔 현재 청라 국제도시가 조성돼 있다. 동아건설은 청라 단지의 토지 가치가 30조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청라 단지의 1.3배가 넘는 수도권매립지의 가치도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땅은 원래 경기도 김포에 속해 있다가 현재는 인천시 관할이 됐다. 서울시는 25년 전 그 땅에 373억원을 투자한 덕에 지분의 71.3%를 보유하고 있다. 반입 쓰레기양은 서울 44.5%, 경기도 38.9%이고 인천 쓰레기는 16.5%밖에 안 된다. 인천시나 경기도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 관할이거나 관할이었던 곳에 서울시 쓰레기가 묻히고 있다. 그로 인한 냄새·먼지 피해는 인천시·경기도 주민이 입고 있다. 나중에 쓰레기 매립이 끝난 후 지반이 안정화되고 나면 땅의 소유권도 서울시가 지분만큼 행사하게 된다.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만한 매립장을 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시 주장대로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려면 서울시가 인천시에 상당한 배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