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이 오늘로 20주년을 맞았다. 나무 꼭대기에 달려 있는 잎을 따먹기 위해 앞발을 들고 곧추서던 거대한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떼를 지어 평원을 질주하던 갈리미무스, 갈고리 모양의 발톱으로 주방 문을 열고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쫓듯 남매를 추격하던 벨로시랩터 등 잊지 못할 장면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누가 뭐래도 그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장이었다. 고장 난 차 안에 숨어 있는데 점점 가까워지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소리와 더불어 화면 가득 컵 속의 물이 동심원을 그리며 흔들리던 장면에 진정 심장이 멎는 듯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쥬라기 공원'은 공룡이 과연 변온동물인지 항온동물인지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질렀다. 이른바 '공룡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킨 유명한 공룡학자 베커(Robert Bakker)는 공룡이 항온동물이었다고 주장한다. 척추동물의 뼈 속에는 혈관·림프관·신경 등을 싸고 있는 하버스관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항온동물인 포유류와 조류에는 매우 촘촘하지만 변온동물인 파충류에는 성기게 분포한다. 베커에 따르면 공룡의 하버스관 밀도는 포유류와 조류에 훨씬 더 가깝다. 심장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의 발견으로 공룡의 심장이 파충류처럼 2심방 1심실이 아니라 우리처럼 2심방 2심실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룡이 변온동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증거로 '뼈 나이테'라는 게 있다. 파충류나 양서류 같은 변온동물은 춥거나 건조한 시기에는 성장이 느려져 뼈에 나무처럼 나이테가 생긴다. 그동안 포유류에는 없는 줄 알았던 뼈 나이테가 열대에서 극지방까지 분포하는 온갖 발굽 달린 포유동물에서 발견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룡은 항온동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브라키오사우루스가 해가 뜬 후 과연 몇 시간이 지나야 그 거대한 몸을 충분히 데워 움직일 수 있을까 궁금하다. 잔뜩 흐린 날이면 혹시 미처 깨어나기도 전에 다시 잠들어야 하는 건 아닐지 의심스럽다. 물론 '쥬라기 공원'은 베커 박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과학 자문으로 참여한 영화였지만, 티라노사우루스가 만일 변온동물이었다면 폭우가 쏟아지는 밤중에 전속력으로 달리는 지프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