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조카가 친척 집에 간다고 비행기를 탔어요.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으니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7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이춘희(47)씨가 찾아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 중 충돌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탑승했던 딸과 조카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딸 김지은(22)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카 예림(20)씨까지 같은 비행기에 함께 타 이씨는 가슴을 졸였다.

"많이 다쳤다고 했어요. 조카는 코뼈가 부러지고, 딸은 손가락에 상처를 입어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씨는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항공사 측에서 빨리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 마이애미의 친척 집에 놀러 가던 딸과 조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온종일 울음을 거둘 수 없었다고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활주로와 충돌해 불이 난 아시아나 항공기 탑승자 가족이 7일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일부 가족은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상황실을 찾아갔다(오른쪽).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날 아시아나항공 대책본부가 마련된 서울 본사와 인천국제공항에는 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이 탑승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거나 항공사 측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가족은 항공사 측에 "어느 정도 다쳤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다친 승객을 병원이 아닌 호텔로 이동시켰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어머니 변경연(77)씨와 누나 금태옥(55)씨가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금재국씨는 오후 12시 10분쯤 인천공항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을 찾았다. 금씨는 "오랜만에 미국에 있는 가족 집에 가기 위해 어머니와 누나가 비행기에 탔다"면서 "통화를 했는데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신데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금씨는 또 "항공사, 외교부 등에서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머니와 누나가 많이 다치지 않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카와 함께 오후 5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항공기에 올랐다. 금씨와 함께 대기실을 찾은 오모(52)씨는 "미국에 사는 애들과 애들 엄마를 만나기 위해 처형과 장모님이 비행기를 탔다"면서 "처형은 많이 다쳐 헬기에 실려갔고, 장모님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인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데 연락이 안 돼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탑승객 77명 중 44명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중상자는 10명이며 5명은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가족이 개별적으로 연락해 온다면 사고 비행기 탑승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부상자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항공사 본사와 인천공항 가족대기실을 찾은 가족은 총 여섯 가족이었고, 이 중 금씨 일행이 비행기를 타고 사고 현지로 갔다. 나머지 가족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