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EU(유럽연합) 본부와 유럽 동맹국 대사관을 도·감청했다는 의혹 때문에 양측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EU 의회는 4일 미국과의 금융·항공사 탑승객 정보 교류를 중단하자고 결의까지 했다. 표결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세실리아 맘스트롬 EU 내무담당위원은 미국 정부에 정보 교류를 끊을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맘스트롬 위원은 편지에서 "미국이 EU의 정보보안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양측이 맺은 금융·항공사 탑승객 정보 교류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또 "가장 강한 동맹국인 미국과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다"면서 "상호 신뢰와 확신이 깨져버렸으므로 미국은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서한은 자넷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과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차관보에 발송됐다.

EU의 이런 위협은 미국이 사태 진정에 애쓰는 중에 나온 것이어서 우려를 더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날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일 전화 통화에서 도청 의혹 파문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 EU와 대립각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

FT는 맘스트롬 위원의 경고장이 그간 분쟁을 막으려던 외교적 노력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맘스트롬은 내주 워싱턴을 방문해 도청 의혹을 감사할 예정이다. 만약 미국이 EU 보안법을 어긴 점이 확실해질 때는 정보 교류는 즉각 중지된다. 금융정보·항공사 탑승객 정보 교류가 중단되면 미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은 역외 탈세와 테러 방지를 위해 이 정보가 필요하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EU에 수년간 로비를 해 3년 전 교류에 합의했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직접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의회를 설득했다.

독일은 EU와 개별적으로 미국과 도청 의혹을 두고 양자 간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스 피터 프리드리히 독일 내무부장관은 내주 워싱턴을 방문해 도청 의혹에 대한 미국의 답을 듣게 된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