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 기한으로 제시했던 48시간이 지나면서, 무르시 대통령과 이집트 군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르시 찬반 세력 간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3일(현지 시각) 국영 방송 스튜디오를 장악했으며,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권을 제외한 민간 정치·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는 "테러리스트와 폭도들에 맞서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군부가 소집한 인사 중엔 야권 지도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가 반정부시위 사태 해결을 위해 내건 최후통첩 시한종료를 앞두고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이 엘바라데이를 만났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있는 타흐리르 광장의 건물 외벽에 2일(현지 시각)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아웃(OUT)’이라는 단어가 레이저 광선으로 비치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48시간 내에 혼란 사태의 해결책을 내놓으라”는‘최후통첩’을 했으나 무르시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 무르시 대통령의 한 측근은 페이스북을 통해 "군사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무르시는 대국민연설에서 시위대의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TV 연설을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직의 합법성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헌법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무르시는 퇴진을 거부하면서 임시 연립 정부 구성과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미국은 지금까지의 관망하는 자세를 버리고 '적극 개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2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야권에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이 대치 상황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 패터슨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 등도 "이집트 국민의 요구는 미국과 동맹의 요구와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AP통신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무르시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력히 제시했다"며 "여기에는 조기선거, 내각개편, 검찰총장의 해임 및 헌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미국은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이집트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 '배후 조종'을 하는 것처럼 비치면 오히려 반미(反美) 정서만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탄자니아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무르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에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통화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자를 포함한 모든 이집트 국민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돼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또 이와 함께 미국은 이집트 군부에도 "정치적 위기 상황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미국이 매년 제공하는 13억달러의 군사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