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맞은 이집트 첫 민선(民選)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로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은 전체 국민 6명 중 1명꼴인 1400만여명이다.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 축출 혁명 때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날 군부는 무함마드 무르시(62) 대통령을 향해 "48시간 내 혼란을 수습 못 하면 무력 개입하겠다"고 사실상 쿠데타를 예고했다. 이틀 새 장관 6명이 줄사퇴하는 등 이집트는 파국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군부 개입 선언… 쿠데타로?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최후통첩'을 던지고, 타흐리르 광장에 국기를 늘어뜨린 헬리콥터를 띄워 시위대를 격려했다. 군부는 수도 카이로 외곽에 병력을 배치하는 등 '접수 태세'에 돌입했다. 정부는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 정신에 먹칠하지 말라"며 반발하지만, 시위대는 "(이슬람) 종교 독재보다 차라리 군사 독재가 낫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집트 국민은 불과 2년 전 피를 흘리며 군사정권을 무너뜨렸고, 1년 전까지도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에 민정 이양을 재촉했었다. 무르시 정부 1년을 거치면서 이집트인들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외신들은 "군(軍)의 완벽한 정치 복귀"(파이낸셜타임스) "결국 이집트 최강 집단은 군부임이 또 증명됐다"(워싱턴포스트)고 전했다.
이집트에서 군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1952년 왕정을 무너뜨린 낫세르 혁명과 4차례의 대(對)이스라엘 중동 전쟁을 이끌며 '이집트와 아랍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공화정 수립 이래 60년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까지 대통령 4명이 모두 군 출신이었다. 이집트군은 각종 이권사업에 진출해 무력과 금권도 장악해왔다. 민심을 읽고 대처하는 정치 감각도 기민하다. 군부는 2년 전 수세에 몰린 무바라크를 버리고 시민혁명에 가담해 자신들의 연착륙에 성공했다. 첫 민선 대통령 선출이 예상되자 대통령에게서 군 통수권을 박탈하는 선제 조치를 취했고, 무르시 정부와 내내 암투를 벌이며 전면 복귀를 시도해왔다.
◇무슬림형제단의 '1년 천하'
반면 2011년 혁명에 참여한 뒤, 지난해 무르시를 내세워 집권한 무슬림형제단은 1년 만에 '타도 대상'으로 전락했다. 시위대는 지난 30일 무슬림형제단 카이로 본부를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무슬림형제단이 이렇게 된 것은 "혁명 후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 불안한 치안과 분열 등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보수 이슬람주의 이념 확산에 골몰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슬람 국가이긴 하나 세속 정권하에서 개방적 문화를 향유했던 도시 중산층 등이 이런 퇴행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20세기 초 영국 식민 치하 이집트에서 태동해 현재 중동 10여 개국에 1000만여명의 회원을 둔 최대·최고(最古)의 이슬람 사회운동 조직이다. 이집트에서 자선 활동과 사회사업에 전념하다가 2005년 의회 의석 20%를 차지하며 현실 정치에 진출했고, 탄탄한 조직력과 이슬람 정신 회복을 내세워 지난해 처음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집트에선 무르시 대통령이 이번에 개혁을 약속하고 자리를 지키더라도, 군의 위협과 국민의 불신 속에서 안정적 통치를 계속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