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일 국가정보원의 대선ㆍ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2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45일간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지만,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 민주 양당은 특히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날선 공세를 펼쳐 국정조사까지의 험로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여전히 조사 대상 범위 결정과 증인채택 등 국정조사 계획 채택 과정에서부터 여야가 난타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野, '국정원-새누리당 불법 커넥션' 고리로 朴대통령 정조준
민주당은 이날 '국정원-새누리당 불법 커넥션'을 고리 삼아 국정원 정국의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정당성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위해서라도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대선을 전후해 저지른 탈법적ㆍ공작적 행태의 전모를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관련자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예외없이 처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국정원 사건의 본질은 이명박-박근혜 두 권력이 만든 정권 연장 음모였다"며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이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을 정리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자리에서 "2012년 8월,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이명박근혜' 회동이 있었다. 그 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시작됐다"며 전현직 정권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MB(이명박) 정부의 통계 조작, 2007년 남북정상회담 문건 공개, 권영세 발언 등이 '이명박근혜' 회동 이후에 있었다"며 "신구권력이 합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후 상황은 제2의 차지철이라 생각되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관리하고 있다"며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그런 일(검찰 수사 개입 의혹)을 관리하는 데 대통령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제일 마지막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진선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범죄 증거 인멸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방글 등 국정원 사건 관련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증거 중 특정된 국정원의 게재글 중 상당수가 인터넷에서 삭제되고 있다"며 "이런 2차 증거인멸은 국정조사 방해이자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악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 與 "朴, 사과요구는 정치공세···盧 서해평화구역 구상은 NLL포기 발상"
이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은 '전형적인 대통령 흔들기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맞불을 놨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정원 댓글은 박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을 흔들어 보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히려 새누리당 중진 및 대변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구역 구상 자체가 NLL포기선언과 마찬가지라며 역공을 펼쳤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NLL을 서해평화구역이나 공동어로수역으로 설정해 우리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북한에 이익을 주려는 것이 NLL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면서 "북한 행태로 봤을 때 평화공동수역 자체가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해평화구역 설정과 관련해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영해에 평화지역을 만들고 그 다음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얘기가 포기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여야의 첨예한 설전이 지속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여야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날 국조특위 여야 간사들은 첫 회동을 했지만 여전히 상대방 특위위원을 문제삼으며 신경전을 펼쳤다. 새누리당 권선동 간사는 “김현,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피고발인으로 되어 있다. 국정조사가 본격화되면 증인으로 신청해야 할 사람이 조사위원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두 의원의 제외를 요구했다. 민주당 정청래 간사는 “(민주당은)정문헌 의원 등 핵심 증인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원만한 특위 진행을 위해 그런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위원 선정 등의)문제제기는 특위 위원을 임명한 국회의장에게 하는 게 맞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원천무효를 주장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대선 당시 NLL을 정치 쟁점화했던 정문헌·이철우 의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검사의 학생운동 경력을 들어서 수사내용을 비판했던 김진태 의원 등이 특위에 포함된 것을 문제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