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전비리수사단이 지난주 한국수력원자력 송모(48) 부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박스에 담긴 수억원의 현금 다발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 간부는 2008년 1월 원전 부품업체 JS전선이 납품하는 제어케이블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서도 부품 인증기관인 한국전력기술에 승인해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원전 부품은 제조업체 생산→시험업체 검증→한국전력기술 승인→한수원 납품의 네 단계를 거쳐 발전기에 설치된다. 2008년 납품 과정에서 제조업체인 JS전선은 불량 부품을 만들었고, 시험업체인 새한티이피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불량 부품을 합격품으로 둔갑시키고, 한국전력기술은 이를 승인했다. 그동안 수사는 주로 이들 3자(者) 간 검은 커넥션을 파헤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이번 한수원 간부 현금 다발 발견으로 비리의 윗선이 밝혀질 수 있게 됐다. 수백 건의 시험성적서 조작이 제조업체·시험업체·인증기관만의 공모로 이뤄진 게 아니라 발주처이자 최종 책임기관인 한수원이 개입해 벌어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돈 상자의 주인은 출처를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깨끗한 돈이라면 40대 월급쟁이가 수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현금 다발로 상자에 담아 집에 보관하고 있었겠는가. 검찰은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 그 돈이 이 간부 혼자만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나누거나 위로 상납할 돈이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한수원을 퇴직한 간부 81명이 원전 부품업체, 시험업체, 연구회사 등 61개 한수원 협력업체에 재(再)취업했다. 전체 퇴직자의 30%꼴이다. 한전기술 간부들도 퇴직하면 바로 얼마 전까지 자기네가 목줄을 쥐고 있던 시험업체에 가서 일한다. 새한티이피 같은 업체는 한전기술 간부들의 위장 계열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수원과 한전기술의 현직·전직들이 원전 부품의 생산에서 검증, 납품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는 먹이사슬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원전 비리를 끊을 수 없다.
원전 1기의 200만개 부품 중 어느 하나만 잘못돼도 우리나라의 상당 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된 폐허로 바뀐다. 원자력 부패는 우리 땅과 5000만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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