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그가 침체에 빠진 국가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3년 만에 권토중래(捲土重來)한 케빈 러드(55) 호주 총리는 여러 면에서 국내외 관심거리다. 광물 개발 붐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호주 경제는 최근 광물 자원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재수생' 총리가 '광물 의존형'이라는 딱지가 붙은 호주 경제의 체질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가 첫번째 주목 요인이다.

게다가 러드 총리가 처한 상황은 이웃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데자뷔로도 읽힌다. 두 지도자 모두 앞서 한 차례 정권 교체에 성공해 승승장구하던 중, 당내 분열로 실각한 경험이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국가 경제를 다시 성장으로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앞에 뒀다는 점에서도 똑 닮았다. 로이터는 "러드 총리가 아베 총리처럼 과거의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더 강력한 지도자가 될 거란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 '독재자형' 러드 총리, 복귀 후엔 스타일 바뀔까

3년 만에 복직한 러드 총리를 지켜보는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러드 총리는 2007년 11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2010년 자신의 수하에 있던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당시 부총리)가 이끄는 당내 반대 세력의 반란으로 물러났다. 당시 러드 총리는 독단적이고 일 중독자(워커홀릭) 같은 행동으로 민심을 잃었다.

총선을 앞두고 총리직에 복귀한 만큼 이번엔 러드 총리가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호주 상원 의원인 킴 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두 과거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보여준 독단적인 행보가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드 총리가 귀환하자 줄리아 길라드 총리 정부에서 일하던 장관 여섯 명이 일제히 사임했다"며 "승리의 기쁨은 재빨리 사라졌다"고 평했다. 특히 러드 총리와 호흡을 맞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온 웨인 스웨인 재무장관의 사임은 타격이 될 거란 진단이다.

◆ 광산업 의존형 경제 쇄신할까 관심

과거 재계와 불화를 빚었던 러드 총리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러드 총리는 2010년 광산업체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자고 주장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호주 내부에서도 광산업과 광물 자원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호주 광산협회의 미치 후크는 블룸버그에 "호주가 광산업 붐에 따른 이득만 계속 즐긴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은 줄어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러드 총리는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웨인 스웨인 재무장관의 자리를 물려받은 러드 총리의 측근 크리스 보웬도 광산업계에 부과하는 세금, 탄소세 등으로 인한 재계와의 불화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AFP는 진단했다. 그는 27일 의회에서 "호주 경제는 전환점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광산업계에 대한 투자에서 생산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는데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이 호주 경제의 발목을 잡을 거란 평가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호주의 경제 구조 개혁에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지만, 20여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레이 애트릴 통화 투자전략가는 "광산업의 기세에 눌려 관광업이나 제조업, 다른 업종에 대한 투자가 수년 동안 부진했다"며 "원자재 거품이 꺼지는 이때에 빨리 다른 부문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 정치 불안 해소 기대 커…재계 "총선 앞당겨야" 촉구

호주 재계는 9월로 예정된 총선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치 불안을 빨리 해소해야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토니 셰퍼드 호주 경영자연합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기업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총선을 빨리 치러야 한다"고 했다. ANZ은행의 이반 콜헌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투자자의 관심은 총선 시점에 쏠려 있다"며 "조기 총선이 진행되면 기업과 소비자 신뢰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호주 6만개 기업의 의견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AIG(Australian Industry Group)의 이네스 윌콕스 대표는 "러드 총리의 복귀로 사회와 경제에 모두 부담이 됐던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게 됐다"면서 "기업들은 총선에 앞서 러드 총리가 보여줄 정책적 접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러드 총리는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러드 총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부임 첫날부터 내각 관료들을 새벽 두 시까지 사무실에 붙잡아두고, 첫 기자회견에는 30분이나 지각하고도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다는 후문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