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통학하는 부산대 경영학과 이상화(21)씨는 부산대역 앞에서부터 전공 수업이 있는 건물까지 걸어서 등교한다. 학교 순환버스를 타면 10분 만에 건물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빨리 걸으면 25분 정도 걸린다. 강의실에 도착해선 가방 안에 넣어둔 500mL짜리 물통을 꺼내 물을 절반가량 벌컥벌컥 마신다. 지난 학기엔 자판기에서 시원한 탄산음료를 뽑아 먹었다.
이씨는 지난 학기 '잘 먹고 잘 사는 법' 교양수업을 수강했다. 이 수업은 부산대 유아교육과 임재택(64) 교수가 학생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한 실천형 수업이다. 이씨는 수업을 들으며 생활습관을 뜯어고쳤다. 밤늦게까지 게임하느라 잠자는 시간을 놓치고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살았던 이씨는 코피가 자주 났고 입 안도 쉽게 헐었다.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배웠다. 하루 물 2.5L 이상 마실 것, 하루에 30분 이상 걸을 것, 오전 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 것, 외식 줄이고 도시락 싸 다니며 집 밥 먹을 것, 육류보다 채식 비중 높일 것, 꽉 끼는 옷 입지 않을 것이 전부였다. "처음엔 별거 아닌 이것들만 지켜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 의아했어요.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변화는 확실했다. 3개월 만에 5㎏이 감량됐고, 팔과 등을 덮었던 아토피도 거의 사라졌다.
무용과 졸업반인 김다영(23)씨는 이번 학기가 끝나고 같은 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수업을 듣기 전부터 체지방률 16%의 날씬한 체형이었던 김씨는 3개월 만에 체지방률을 8%까지 낮췄다. 온몸의 지방을 평균 0.2㎝가량 걷어낸 것과 같은 변화였다. 김씨의 비결은 채식 위주로 매일 싸서 다닌 도시락. 아동가족학과 이도경(20)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심한 생리통을 겪었다. 다리에 달라붙는 스키니진과 스타킹 대신 편한 트레이닝복을 자주 입고, 일주일에 적어도 2번 먹었던 치킨도 끊으니 생리통이 약해졌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실천하며 자기 몸의 변화를 관찰한다. "(치킨을 끊으니) 변비가 사라지고 방귀 냄새가 없어졌어요"와 같은 내용은 중간·기말고사 때 서술형 답안지에 실린다. 임 교수는 이 같은 자기보고와 학기 시작과 끝에 두 번 제출하는 '체성분 분석표'의 변화를 기반으로 학점을 결정한다. 전체 수강 인원 131명 중 절반이 넘는 75명의 과체중 학생들은 A+를 받으려면 살을 빼고 근육을 늘려야 했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빠르면 3주 정도면 나타난다. 학생들은 변비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몸이 가뿐해지는 걸 느낀다. 그때부터 진짜 고통이 시작된다. 수업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한 달 정도에서부터 두 달 사이가 '마의 구간'이라고 했다. 중간고사가 있는 때라 평소처럼 오래 걷거나 야식을 하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포기한 학생은 15명 남짓이다. 지난 12일 종강한 이 수업에 참가한 학생은 평균적으로 체중을 3.5㎏ 정도 감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