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26일(현지 시각)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미 행정부는 잇따라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발 빠른 후속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기독교계는 "전통적인 결혼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동성 결혼'이 다시 미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날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현행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는 차별적인 조항이 있다"며 "대법원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이로써 미국은 더 나은 나라가 됐다"고 환영했다. 오바마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 등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관련 연방 법령을 조속하게 검토하는 동시에 동성 부부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도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며 "법무부 등과 함께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척 헤이글 장관은 "대법원 결정은 군에 복무하는 모든 남녀가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접받을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면서 군인들의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같은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군내 동성 커플도 동등한 혜택” 척 헤이글(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26일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합동기자회견에서 “전날 대법원이 동성(同性) 부부의 평등권을 인정한 데 따라 군(軍) 인사의 동성 배우자에 대해서도 이성 부부에 주는 것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결혼보호법에 직접 서명한 '장본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환영 성명을 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던 1996년, 대선을 약 2개월 앞두고 보수진영의 표를 의식해 공화당 주도로 처리된 결혼보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날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는 동성 결혼 지지자 1000여명이 환영 시위를 벌였으며,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시청 앞에 축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날 팀 휼스캠프(캔자스) 하원의원 등 공화당 내 보수그룹은 "대법원이 급진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래의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결정을 내린 데 매우 실망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조만간 결혼보호법을 되살리기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또 매사추세츠 가톨릭회의 등 기독교계도 성명을 내고 "교회는 앞으로도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통해 자녀가 탄생하는 전통적인 결혼과 가정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가톨릭교회는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성스러운 결합이며, 이를 통해 '자녀'라는 선물을 얻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