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는 김무성 의원의 비공개 회의 발언이 언론에 알려지자 27일 하루종일 ‘발설자’를 찾느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여권 인사 사이에서는 ‘발언 유출 혐의자’ 리스트가 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김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일부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지만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문제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져 ‘탈박(脫朴)’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실세로 복귀해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김 본부장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을 지낸 원조 친박 인사다

뉴시스.

김 본부장은 이날 발설자로 자신이 지목됐다는 소문이 돌자 김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김 의원)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라며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저는 그저께밤 30년 단짝친구가 사망하여 수원 화장장 장례식에서 밤새 있다가 회의에 들어갔던터라 비몽사몽간이어서 형님 말씀에 대한 기억도 없었습니다. 오후에 김XX 기자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한 적은 있지만 ‘회의중 깜빡 졸아서 아무 기억이 없다’고 말해준 것이 전부입니다”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김XX 기자는 김 의원의 비공개 회의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인터넷 매체 기자다.

또 김 본부장은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이후 김 본부장이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김 의원을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김 의원이 굳은 얼굴로 김 본부장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도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이에 김 의원이 김 본부장의 사정을 양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김 의원이 지난 4·24 재·보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단숨에 차기 당 대표 후보군 물망에 오를 정도로 중량감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