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5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첫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실제 국정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산 너머 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큰 얼개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조사 범위·대상·시기·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논의 없이 국정조사 특위에 일임해 놓은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악마는 디테일(detail·세부 사항)에 있다'는 말처럼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양측은 국정조사 범위와 대상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댓글 여직원에 대한 감금과 인권유린 문제에 대한 수사를 빨리 마무리한 뒤 이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댓글 의혹 폭로 과정에서 민주당 측이 고위직이나 공천을 약속했다는 매관매직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및 수사 발표 과정의 외압 의혹이 이 사건의 핵심인 만큼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직원 감금 의혹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매관매직은 실체 없는 의혹이므로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양측이 국정조사 범위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내달 2일 국정조사실시계획서 처리부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조사 시기도 7월 중순 이후로 밀릴 수 있다.
가장 민감한 것은 증인 채택 문제다. 민주당은 남재준 국정원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전·현직 간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또 작년 12월 16일 경찰 수사 발표 과정에서 김 전 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권영세 주중 대사와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도 불러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민주당이 권 대사 등 새누리당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면 우리는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을 불러내겠다"고 했다.
국정조사를 얼마나 공개할 것이냐도 논란거리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와 정보위 회의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비공개 국정조사'를 요구할 경우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