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16 전투기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이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다.
'보라매 사업'이라는 별명을 가진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한 F-4·F-5 전투기들이 2015년 이후 대량으로 도태(퇴역)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 120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KFX가 도입되지 않으면 2010년대 중반 이후 전투기가 100대 이상 부족해진다는 게 공군의 입장이다.
◇1990년대 말 KFX 검토 시작
KFX 사업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1999년 4월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위가 전투기 독자 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논의했다. 2년 뒤인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장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KFX 사업은 급진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 뒤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국개발원(KDI) 등에서 사업평가 결과 '타당성 없음' '타당성 미흡' 등 부정적인 결론을 내면서 계속 지연됐다. '사망선고'가 내려질 듯했던 KFX는 2009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가 '타당성 있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내놓으면서 다시 살아나 2011년부터 2년 동안 탐색 개발이 이뤄졌다. 탐색 개발은 본격적인 무기 개발(체계 개발)에 앞서 실제 사업에 들어가는 기술을 확인하고 기본 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탐색 개발에는 우리 예산 440억원 외에 인도네시아도 예산 11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탐색 개발이 끝났지만 타당성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금년도 KFX 예산 300여억원 가운데 사업 타당성 조사 예산 명의로 45억원만 남기고 전액 삭감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으로 타당성 검토 작업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독자 형상이냐, 개조 개발이냐" 논란
논란의 핵심은 우리가 과연 F-16과 비슷한 중급(中級) 전투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느냐, 또 개발하더라도 수출 경쟁력과 시장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지난해까지 탐색 개발을 주도한 ADD는 120대 양산을 기준으로 개발비는 6조원, 양산비는 8조원, 운영 유지비는 9조원이 각각 들 것으로 추정하고 이는 직접 전투기를 사오는 것에 비해 5조원 이상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19조~23조원 산업 파급 효과, 40조7000억원 기술 파급 효과, 4만~9만명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사업 개시를 결정했을 때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큰 데 따른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KFX를 한국 고유 모델로 개발할 것이냐, 아니면 기존 전투기를 개조 개발하는 형태로 할 것이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수출 승인, 국산 무기 장착 문제, 운용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신규(新規)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방연구원의 일부 전문가 등은 우리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신규 개발은 돈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외국의 기존 전투기를 개조 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진수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해외 전투기를 개조 개발할 경우 기술 소유권 문제 등이 복잡해진다"며 "KFX는 국내 주도로 독자적인 형태의 전투기를 국제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