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생 시장에서 장사했지만, 인생에서 장사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어떻게 인생을 사느냐가 중요하죠."
평생 일군 전 재산 4억5000만원 상당의 집을 장학금으로 아낌없이 기부한 이복희(69)씨는 "오래된 숙제를 해결한 듯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경기도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30여년간 음식점 허드렛일, 호떡장사, 더덕·도라지·마 등을 파는 나물 노점상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인 2층 단독주택을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부했다.
1978년 남편과 이혼해 자식들과 생이별을 한 이씨는 억척같이 살아왔다. 이웃 상인들은 이씨를 두고 "누가 신다가 주는 싸구려 신발까지 신고 다닐 정도로 검약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이웃을 돕는 데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며 "없는 살림에도 항상 주변 이웃을 챙기시는 어머니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씨는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5년 정도 보살피면서 노후의 삶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어디에 가든지 네 한 몸 누일 곳은 있다, 걱정 말아라. 결국 맨주먹으로 돌아가는데 가진 것이 있으면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어머니께서 자주 하셨어요. 보잘것없지만 내 재산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남을 위해 내놓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습니다."
이씨는 집을 기증하기 전부터 독거 노인들에게 나물을 전달하고 명절에는 쌀을 기부했다. 부모가 방치한 옆집 아이들을 1년간 보살피기도 했고, 신분 보장이 안 돼 병원에 가지 못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보호자 역할도 자주 했다. 이씨는 "예전 홀몸이 되고서 세상을 떠나려 했다가 한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며 "내가 도움을 받은 빚을 갚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가 기부한 집은 장학기금 마련에 활용된다. 장학재단은 집에서 나오는 월세를 활용해 매년 2000만원 정도의 '이복희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도 아침 7시에 시장에 나가 자리를 맡고, 밤 10시까지 나물을 판다. 그는 "재산이라는 것도 옹달샘처럼 자꾸 퍼 날라야 새 물이 나오지 않느냐"며 "이번 청룡봉사상 인상(仁賞) 수상금도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상(忠賞) 수상자는 보안 업무 특성상 개인 신상을 공개할 수 없어 소개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