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민(41) 경사는 서울 충암중·고등학교에서 '경찰 아저씨'가 아닌 '승민이 삼촌'으로 불린다. 지난 3월부터 이 학교 전담 경찰관 '스쿨폴리스'로 활동한 문씨는 근무한 지 100일 만에 '학폭'의 온상이던 이 학교를 폭력 청정 지역으로 만들었다.
충암중·고는 재학생 3500명, 교직원 300여명으로 서울 시내 최대 규모 사립학교 중 하나다. 학생이 많은 만큼 학교 폭력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재학생 28명이 폭력·공갈·절도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 2월 초 졸업식을 앞두곤 "일진 학생들이 졸업식날 학교에 불을 지른다더라"는 소문이 돌아 경찰이 직접 출동하기도 했다.
스쿨폴리스는 경찰관 정복을 입고 교내·외를 수시로 순찰한다. 그러나 문씨가 정복 차림으로 학교 안을 돌아다니자 교사와 학생들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문씨는 고민 끝에 무조건 학교생활에 녹아들기로 업무 전략을 바꿨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교사들의 축구대회에 참가하고, 점심 배식에도 나섰다. 마주치는 학생들에게는 꼭 안부를 건넸다. 문제아로 꼽히는 학생들의 이름을 외운 뒤 '삼촌'처럼 먼저 다가가 허물없이 어울렸다. 지난 4월 초 떠난 1박 2일 수련회에도 참석해 춤을 추고 학생들과 밤새 떠들었다.
전략은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폭력·공갈 등 혐의로 경찰서를 5차례 드나들었던 손모(16)군은 동네에서 속칭 '삥짱(삥뜯기 짱)'으로 알려질 정도였지만 지난 1학기 중간고사에서 90점을 넘겨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문씨는 손군이 부모님의 이혼 등 유년기에 얻은 상처를 탈선으로 푸는 것을 알고 학교에서 내내 붙어 다니며 관심을 보였다. 문씨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손군은 이 학교 교사들에게 "사람 됐다"는 소리를 들으며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손군과 함께 어울리던 이모(16)군 역시 손군에게 자극받아 일찌감치 기말시험 공부에 돌입했다. 이런 변화가 모여 스쿨폴리스가 활동한 지 100일째 이 학교의 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0'을 기록했다.
안길전(53) 충암중 생활상담부장은 "한 학기 만에 학교가 '일진'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로 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