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공산국 쿠바에서 새로운 혁명이 한창이다. 이번엔 '부동산 혁명'이다.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 이후 54년간 금지됐던 부동산 거래가 2년 전 재개된 후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기치를 버리지 못하면서 기형적인 시장이 자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2011년 부동산 개혁이 발표된 후 쿠바에서는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다. 쿠바 부동산 개발회사 에센시아는 경치 좋은 관광지인 해안 도시 바라데로에 쿠바 첫 18홀 골프장과 함께 주택 800채를 지을 계획이다. 앤드류 맥도널드 에센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쿠바는 카리브 해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여행지"라며 "규제 때문에 개발은 느리지만 잠재력은 엄청난 곳"이라고 FT에 말했다.
주택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주택을 판 차익을 개인이 처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팔게 된 로사 마린은 FT에 "집을 팔아 작은 주택으로 옮기고 차액으로 딸에게 자동차를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쿠바 국립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주택은 4만5000채에 이른다. FT는 "쿠바의 부동산 시장 성장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면서 "부동산 거래 웹사이트 운영 회사 앞에 매일 줄이 늘어선다"고 전했다.
하지만 급속한 부동산 시장의 성장은 기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쿠바 정부가 아직도 사회주의적 기치를 버리지 못해 생긴 '이상한(odd)' 결과다. 2011년 발효된 쿠바 부동산법에 따르면 쿠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정부 승인 없이 주택을 매매, 교환, 증여할 수 있다. 하지만 쿠바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을 시 지역 1건, 기타 지역 1건으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주택 투기를 조장하고 탈세를 도울 수 있다"며 중개인과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활동을 금지했다. FT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쿠바 국민이 부동산 거물들로 변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부동산 거래는 풀면서 중개인과 전문 변호사 활동은 금지한 결과, "쿠바의 부동산 중개업은 비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FT는 전했다. 가령 주택 거래자들은 매매에 합의해도 거래가의 20%만 현지에서 내고 나머지는 스페인에 마련된 계좌로 송금한다.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다. 주택을 사는 사람은 값을 발설해서도 안 된다. 거래가를 조금이라도 다르게 부르거나 줄인 사실이 드러나면 감옥행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 서류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도 이름을 밝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 거래의 대부분은 암거래로 이뤄진다. 작년 암거래로 판매된 주택만 10만개에 이른다고 FT는 전했다. 정부에 등록된 거래량 4만5000건을 웃도는 수치다. 세금을 피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쿠바에서 주택을 팔고 사는 사람은 부동산 평가액의 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모든 거래는 쿠바중앙은행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매매자들은 거래액 규모를 줄여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FT는 "부동산 개혁으로 세수 증대를 노렸던 카스트로의 꿈은 희망사항에 그쳤다"고 전했다.
암거래 때문에 쿠바 부동산 중개인들 피해도 막심하다. 활동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일부러 내지 않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FT에 "수수료는 거래가의 5% 수준"이라며 "하지만 거래 5건 중 하나라도 받으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