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오랜만에 축구다운 축구를 봤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대표팀이 22일(이하 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FIFA 20세 이하 월드컵 B조 1차전서 후반 터진 류승우(중앙대)의 결승골에 힘입어 쿠바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쾌조의 출발을 보인 한국은 25일 포르투갈과 2차전을 치른다.

한국축구가 나아갈 길을 동생들이 보여줬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쿠바를 상대로 세밀한 패스플레이와 높은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뻥 축구’를 한다는 성인대표팀의 색깔 없는 플레이에 답답했던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축구다운 축구를 봤다!”며 20세 이하 대표팀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먹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레예스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칭찬할 만한 것은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한 골을 먹었지만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레바논전에서 첫 골을 먹고 당황했던 성인대표팀이 오히려 한 수 배워야 할 정도.

한국은 정확하고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경기를 지배했다. 볼 터치가 간결하고 컨트롤이 정확했다. 마치 농구를 하는 것처럼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주도권을 쥔 한국은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마침내 후반전 초반 심상운이 돌파로 얻은 페널티킥을 권창훈(수원)이 마무리해 1-1로 동점을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해외파들이 모두 모인 성인대표팀은 '뻥 축구'를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패스가 부정확하다보니 세밀한 연계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좋은 미드필드자원을 대거 보유하고도 중원 허리싸움에서 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류승우 등 20세 이하 선수들은 낮고 빠른 전진패스로 중원과 측면을 모두 공략하는 고급축구를 선보였다.

골 결정력도 동생들이 나았다. 후반 38분 류승우는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역전골을 뽑았다. 자세가 흐트러진 가운데서도 정확하게 공에 발을 갖다 댔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이 돋보였다.

20세 이하 선수들의 세련된 축구는 팬들에게 희망을 줬다. 동시에 ‘왜 성인대표팀은 이런 축구를 못 하는가’하는 물음을 남겼다.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며 새로운 사령탑을 구해야 하는 한국축구는 이제 본래의 색깔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