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새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세계 군사 전략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비핵(非核·non-nuclear) 전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국방부가 핵무기 사용 전략 정책을 개정하기 위해 보고서를 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러시아에 핵무기를 현재의 3분의 1로 감축하자는 제안을 한 것도 이 같은 정책 전환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국방부가 20일(현지 시각) 공개한 '핵무기 사용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핵무기 사용 정책을 시행키로 하고 세부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력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역할을 줄이기 위해 재래식 전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통합적 비핵 타격(integrated non-nuclear strike options)', 즉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적에게 타격을 가해야 할 경우의 합동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정밀기획 작업을 수행키로 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비핵 타격이 핵무기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핵 타격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 국가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이 줄면서 억지력 부담에서 이러한 비핵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맞춰 내년 말까지 군사 지침과 계획을 개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핵 전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러시아를 꼽았다. 그러면서 "핵무기 감축 때는 러시아의 핵전력 수준을 계속 염두에 둬야 한다. 양국 핵전력의 큰 격차는 불안정한 안보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증강하고 있지만 투명성이 없어 장기적 의도에 관해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지 않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