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 일괄 20만원을 주자는 주장부터 국민연금과 연계하거나 최저생계비 150%(1인 가구 월 85만원) 미만 노인들에게 지급하자는 방안 등이다.

이 논의는 결국 '보편적인 기초연금'과 '선별적인 기초연금'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의 목적부터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후 빈곤 해소가 목적이라면 빈곤층만 정조준하고, 노인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면 보편적인 제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은 흔들지 말고, 재정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소득 하위 70%' 등 대상자부터 확정하면 재정 감당 못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전체 노인의 70%나 80%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당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모든 노인' '80% 노인'으로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상자 범위부터 정하게 되면 노인 인구가 늘고 지급액이 올라가면서 예산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2030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지금의 배로 늘어나고, 1인당 기초연금 지급액도 60만원으로 3배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노인 빈곤 해소에 쓸 예산을 전체 노인에게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을 논의하게 될 텐데 노인 표를 의식해 재정은 고려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주자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기자<br>기초연금 방안에 따라 소요되는 예산 그래프

최저소득보장제가 가장 합리적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는 방안의 대안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하거나 ▲최저생계비 150% 미만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이 두 방안 모두 국민연금 수령자와 수령액이 늘어나 노후 보장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만큼 기초연금 재정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은 '최저연금보장제'나 '최저소득보장제'로 노후를 보장해준다. '최저연금보장제'는 연금액을 조사해 일정액 기준 이하면 세금으로 차액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행복연금위원회 방안 중에 나온 국민연금 연계안도 이를 응용한 것이지만 국민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은 '소득(자신이 낸 돈)+소득재분배(기초)' 구조로 연금액이 결정된다. 소득재분배에 해당하는 액수가 20만원에 미달되면 그 차액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연금액에서 소득재분배 비중이 큰 저소득층들은 받을 돈이 적어져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생계비 150% 미만인 사람들에게 월 20만원을 주거나 혹은 차등 지급하는 제도는 현재는 기초노령연금(소득 하위 70% 노인)과 대상 인원이 비슷하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수령자 등 소득과 재산이 많은 노인들이 대거 늘어나면 기초연금 수급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한 해 수조원을 쓰면서도 노인 빈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라며 "기초연금제를 앞으로 최저소득보장제로 발전시켜서 노후 빈곤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소득보장제'는 소득·재산을 조사해 최저생계비에 미달되는 차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독일·스위스·스웨덴·호주 등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한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운영하되 부양 의무자 기준만 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생계비를 이용한 방안은 재정 건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 당장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이 필요하지만, 2040년이 되면 인수위가 내놓은 방안(103조50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5조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계산 기준도 대폭 고쳐야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제도에서 소득을 계산하는 방식은 재산 많은 사람에 비해 일하는 노인이 훨씬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근로자 120만원의 월급은 서울에서 부동산·예금 등의 재산을 4억원 가진 사람과 똑같게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근로소득 공제액을 45만원보다 더 늘려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연금액에서도 공제를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