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이 19일(현지 시각) 자국 영토에서 드론(무인기)을 사용해 감시 활동을 벌였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 정부가 국내에서 드론 감시를 했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드론 감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FBI가 미국 영토에서 감시를 위해 드론을 사용하느냐'는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뮬러 국장은 이어 "아주 특수한 상황과 요구가 충족될 경우에만 드론을 쓰고 있다. 최소한으로, 매우 드물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한 지침이나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를 마련하기 위해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해 사실상 '법적 장치 없는 드론 감시'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FBI는 이날 따로 성명을 발표하고 "올해 1월 앨라배마주에서 한 어린이가 지하벙커에 인질로 붙잡혔을 당시 드론을 이용해 현장을 감시했으며, 이 밖에도 10차례 이상 드론을 미국 영토 내에서 운용했다"고 밝혔다.

폴 브레슨 FBI 대변인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인력을 투입할 경우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만 드론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또 FBI는 정지된 피사체 관찰과 법 집행 요원의 심각한 위험 방지를 위해서만 드론을 사용하며, 매번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미국 내에서의 드론 사용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고성능 카메라에 적외선 감지 장치 등을 장착한 드론이 영공을 날아다닐 경우 민간인 사찰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NSA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옹호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미국인의 사생활에 가장 큰 위협은 드론이다. 드론에 대한 규제가 너무 적다"고 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법무부가 자신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면서 미국 법 집행 기구인 마약단속국(DEA)과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도 무인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패트릭 레히(민주·버몬트) 상원 법사위원장도 감시용 드론에 대해 "수백만 미국인의 일상에 광범위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현재 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10여개 주의회는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드론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드론이 '정보 수집'을 넘어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까지 하고 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영토 내에서 무인기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존 브래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