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정리해고 요건강화' 놓고 평행선… 회의 파행
- 근로시간 단축 '맑음', 정리해고 요건 강화·통상임금 '흐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는 20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리해고 요건강화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여야는 이날 근로시간 단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쟁점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법안심사 순서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논쟁을 벌이다 회의가 중단되는 파행을 연출했다.

여야는 모두 '근로시간 단축'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놓고 '향후 처리'(여당)와 '즉시 처리'(야당)로 갈라져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정리해고 요건 관련 근로기준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보다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 등 여야 합의가 쉬운 법안부터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는 치열하게 대치했다.

환노위 법안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법, 고용상 학력차별금지 및 기회균등보장법, 학력차별금지법, 국가기술자격법 등 5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이후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처리하는 순서로 법안심사 목록을 작성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당이 제시한 법안 처리 순서대로 심사할 경우 '뇌관'으로 여겨지는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노동 관련 쟁점은 논의도 못하고 6월 임시국회가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쟁점법안 근로시간 단축 '맑음', 정리해고 요건 강화 '흐림'

여야 모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총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긍정적이다.

현행법상 최대 근로시간은 1주 52시간(월~금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근로자가 1주일에 최대 68시간(월~금 40시간+토 8시간+일 8시간+연장근로 12시간) 일을 하더라도 사업주를 사실상 처벌할 수가 없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하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휴일근로를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1주 68시간에서 1주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재계는 비용 증가, 생산 차질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공약인데다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돼 의사 일정만 잡힌다면 무난한 처리가 예상된다.

반면 고용 안정을 위해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환노위의 '뇌관' 중 하나로 꼽힌다.

개정안은 정리해고의 조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범위를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시간 단축, 신규채용 중단, 희망퇴직 등 해고 회피 노력을 하도록 의무사항을 강화했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여야의 공통 공약 사항이었지만,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어서 재계의 반발이 거세 난항이 예상된다.

◆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

통상임금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환노위뿐 아니라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그만큼 여야간 입장 차이도 크다. 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초과 근로 수당과 퇴직금 산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놓고도 여야와 노사는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에 현행 기본급 뿐 아니라 상여금도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6월 임시국회 시작과 동시에 통상임금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일괄 포함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업장별 실태를 따져보고 노사정 논의를 먼저 해보자는 입장이다.

법안을 발의한 홍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가 제기되니까 마치 한국 경제에 굉장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임금인상 요인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와 있다"며 통상임금 재논의가 재계에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은 "결국 마지막에는 법제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조급하게 입법적 해결을 시도하는 것보다 노사정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책임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적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상임금을 비롯한 여야간 이견을 보이는 법안들은 환노위를 통과하더라도 여야의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