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중동 지역 대형은행인 아부다비은행은 자산 규모가 13년만에 10배 넘게 증가했다. 석유와 관련된 수출 거래만 담당했던 은행 업무도 다양해졌다. 현재 14개국에 지점을 낸 상태고 2021년까지 41개국으로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동 지역 경제 발전과 함께 이 지역 은행들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경제 위기로 세계 대형 은행들이 위축된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중동 은행의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

◆ 6년 새 중동 6개국 32개 은행 수익 74% 증가

아부다비은행 자산은 1999년 영국 은행가 마이클 토말린이 대표로 선임될 당시 자산규모가 9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00억달러로 늘었다. 은행 업무도 국제 교류를 위한 집단 대출(신디케이트론) 부문, 자산가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부문,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된 투자은행(IB) 부문 등으로 확대됐다.

아부다비은행은 2021년까지 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41개국으로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은행의 총 수입 중 40%를 해외에서 조달하게 된다. 이달 은퇴한 토말린 대표는 "중동 은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우리는 재무상태가 건전해지고 금융 역량이 향상됐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런 변화는 걸프 협력 회의(GCC)를 진행 중인 페르시아만 연안 6개 협력국(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은행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GCC에 참여하는 6개국 내 32개 대형 은행의 전체 영업 수익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선진국 대형 은행들의 전체 영업 수익은 9% 증가에 그쳤다.

◆ 중동 은행 성장…세계 금융 위기가 호재로

중동 지역 은행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중동의 내수 경제 개선 덕분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진 이후 중동 지역은 강력한 정부 지출 덕에 5년의 시기를 무사히 버텼다. 높은 원유 가격도 보탬이 됐다. 원유 수출로 거대 자산을 확보한 은행들은 이를 운용해 돈을 불렸고 외국인 거래도 유도했다.

세계 대형 은행들의 위기도 중동 은행에 호재가 됐다. 지난 몇 년간 금융 위기 여파로 대형 은행들은 긴축 정책을 시행하며 중동 지역 사업 부문을 축소했다. 이 빈자리를 중동 내 지역 은행들이 메운 것. 지난해 사우디-프랑스 캐피탈, 카타르중앙은행, 삼바파이낸셜그룹의 IB 부문은 중동 지역 자본 조달 중개 수익률 부문에서 최상위 3위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톰슨로이터는 밝혔다.

2011년 상위 3사였던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를 누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상업은행은 지난해 집단 대출 부문에서 940만달러를 벌어 2011년 1위를 차지한 HSBC를 밀어냈다.

외국에서 능력 있는 은행 기업가들이 중동 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점도 중동 은행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아부다비은행은 이달 말 사임한 토말린 CEO의 후임으로 호주뉴질랜드은행(ANZ)에서 일한 알렉스 서스비를 임명했고, 아부다비 퍼스트걸프은행(FGB)은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 출신 사이몬 페니를 CEO로 고용했다. 도하의 큐인베스트는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마이클 칸토우나스를 투자부문장으로 데려왔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다 지역 은행으로 옮긴 두바이의 한 은행원은 "만약 중동 은행업계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유명 외국은행보다 현지 은행이 낫다"며 "현지 은행들은 이 도시와 함께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