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경제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지방 정부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은 이미 '통제 불능'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중국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깎아내리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를 포함한 신용 거품이 경제 성장을 해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 부채하면 연방 정부 문제로만 여겨져 왔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정부 지출을 줄여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것)에 이어, 최근 이슈인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 모두 중앙 정부의 부채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도시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지방 정부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 中 지방정부 부채, 국가 신용등급 하향 원인

지난 10일 중국 회계감사원인 심계서(審計署)는 36개 지방 정부의 채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지방 정부의 총 부채가 3조8500억위안(약 710조원)규모라고 전했다. 이는 2년 전인 2010년말에 비하면 13%가 늘어난 것이다.

로이터는 효과적인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감독 당국의 말을 전하며,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금융 당국의 통계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집계하는 기관마다 관련 수치가 들쭉날쭉이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투명성 문제가 적지 않았던 것.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방 정부 부채 규모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 정도라고 추정했지만, 크레디트 스위스는 36%에 달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4월 중국 위안화의 장기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추정한 비율은 25%였다.

당시 피치는 "중국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특히 지방 정부 부채 관련 통계가 투명하지 못해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중국 위안화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가 나오자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성명을 내고, "이는 몇몇 지방 정부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지방 정부 부채 문제가 결국은 중앙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피치의 위안화 신용등급 강등 며칠 뒤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낮춰 잡은 적이 있다. 무디스가 매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현재 Aa3다.

◆ 신용거품, 中 금융시장 혼란…정책에도 영향

중국은 지방 정부 부채에다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문제까지 겹쳐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신용거품(credit bubble)'이 금융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

피치는 최근 "중국이 유례없는 신용 거품으로 국가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이는 근대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치의 샬린 추 선임국장은 "언젠간 이 거품이 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품이 터지고 나면 중국은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일단 돈풀기를 자제하고 시장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자금 경색에 시달리는 중국 은행권은 지급준비율이라도 낮춰 달라 아우성이지만 런민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세 확대 방안도 알고 보면 지방 정부의 세원 마련을 위한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영증권 김신영 연구원은 "부동산세를 징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통제하는 조치로 오인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목적은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트로이트로 불거진 美 지방채 우려

지방 정부 부채 문제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도 관심사다. 지난 14일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인 사례. 디트로이트의 비상 재정관인 케빈 오어는 "디트로이트의 파산을 막기 위해 2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상환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건주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주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즉각 디트로이트 일반보증채권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는 투자 등급보다 10단계나 낮은 수준이다.

이 문제는 디트로이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듯 하다. 블룸버그는 17일 디트로이트의 디폴트 소식을 전하면서 "이 문제가 3조7000억달러나 되는 미국 지방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디폴트를 선언하는 도시들이 생겨나면서 해당 지역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고 있다. 앨라바마의 제퍼슨 카운티가 디폴트를 선언하자, 이 곳 지방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40%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사정이 이렇자 지방채 관련 투자상품에서도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펀드 리서치인 리퍼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한 주간 미국 지방채 펀드에서 16억10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 최근 6개월새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그 전주에도 14억7000만달러가 빠져 나갔다. 4주간 평균으로 보면 2001년 5월 이후 최대다.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지방채 금리 최고등급의 10년물 지방채 금리는 2.27%로 한 달전에 비해 46bp(1bp=0.01%포인트) 올랐다.

한편에서는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국채 수익률과 비교하며 "지방채의 출렁거림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로이터는 "우량 상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미국 지방채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몇주간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