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근로와 전일제 근로, 그리고 성장과의 관계는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초까지 네덜란드는 실업률이 14%에 달했다. 또 만성적인 복지병에 재정적자까지 겹쳐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노사는 1982년 말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대타협을 이루었고, 10여년 만에 유럽의 문제 국가에서 강소국으로 환골탈태했다. 임금인상 자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대타협의 주요한 골자였다. 이 협약이 그 유명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s Accord)이며, 폴더(Polder) 모델로도 불리는 네덜란드식 사회적 합의 모델의 기초가 되었다.
시간제 일자리는 이런 네덜란드의 기적(Dutch Miracle)을 만든 주요한 원동력이었다. 바세나르 협약에서 네덜란드 노동조합은 시간제 근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시간제 근로의 확대를 받아들였다. 협약 이후 네덜란드 시간제 근로는 현저히 증가하여 현재 전체 취업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60%는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을 위하여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협약을 맺을 당시엔 시간제 근로가 전일제 근로를 대체하여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1980년대 중반부터 시간제 근로가 늘어나면서 전일제 근무도 동시에 증가해 실업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시간제 근로는 네덜란드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전일제 근로를 통해서는 창출되지 않았던 일자리가 시간제 근로로 만들어지면서 경제에 활력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소매점에서 점심시간과 같이 사람이 한참 붐비는 시간엔 전일제보다 시간제가 필요한 식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사례는 성장이 고용을 이끌기도 하지만 새로운 고용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기적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경제 위기를 맞이하여 노사정 3자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경제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시간제 근로 활성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 장기불황처럼 가랑비에 옷 젖고 있는 식이여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사가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