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전설로 불리던 앤서니 볼튼(63) 피델리티 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결국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말쯤 은퇴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1979년부터 피델리티에 몸담은 볼튼은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피델리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28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9.5%. 높은 수익률 덕분에 그는 '전설의 펀드 매니저'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2007년 한차례 은퇴를 선언했다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3년 후 다시 일선에 섰다.
그는 2010년 3월 중국 투자가 목적인 '피델리티 차이나 시추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출시 규모만 4억6000만파운드(약 8170억원)에 달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성적표는 부진했다. 2010년 설정 후 14%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MSCI의 차이나 인덱스 수익률인 마이너스 6.4%의 두배가 넘는다.
볼튼은 FT에 중국에서의 투자 경험을 '지뢰 밭에서 금광 캐기'라고 비유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서양과 다른 기업 지배구조였다. 그는 "중국에서 돈벌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투자사 100여곳이 기업 지배구조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그의 실패에 대해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의 중국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애번딘 자산운용의 앤 리차드 선임 연구원은 "외국에 투자할 때 거시적인 경제 상황과 해당국의 미시적인 상황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며 "투자 전설로 불리던 볼튼도 투자 환경이 바뀐 탓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튼은 자신의 퇴임이 중국 펀드 수익률 부진 때문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내 은퇴 시기는 펀드 수익률과 관련이 없다"며 "중국 경제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므로 펀드 수익률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1년에도 올해 만료되는 중국 펀드 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볼튼의 뒤를 잇는 인물은 데일 니콜스 펀드 매니저다. 그는 2003년부터 피델리티 팬아시아펀드를 운용해왔다. 첼시 파이낸셜 서비스의 다리우스 맥더모트 연구원은 "니콜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갖고 있다"며 "다만 중국 전문 투자 경험이 없다는 점은 조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볼튼은 피델리티 고문과 피델리티 자선 단체의 신탁 운용자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정보 분석업체 하그리브스 랜드사운의 마그 댐파이어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볼튼은 영국 투자 업계에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며 "말년에 중국 투자 펀드 수익률이 그의 명예를 깎아내린 것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