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하는 노회찬 공동대표

임기를 1개월 가량 남겨둔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18일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같은 새 인물을 키우겠다며 다음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보진영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연대설이 불거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향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어느정도 거리를 뒀다.

노 공동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진보는 사실 어려운 집안이라 그동안은 (정치인들에게)알아서 크라고 그냥 뒀지만 이제는 우리도 의식적으로 (인재를)키워야한다"며 "나는 이준석이 솔직히 부럽다. 정확히는 이준석을 발탁한 새누리당이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을 따로 만났다. 밥을 사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보수의 뉴페이스 아니냐. 한번 구경하려고 만났다. 앞으로 우리도 (인재를)키우겠다"며 진보진영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노 공동대표는 다음달 전당대회까지 공동대표직을 수행한 뒤 물러나야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사실 나는 지금 피선거권이 박탈돼 당원 자격이 없다. 공동대표직도 정치권 관행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 선관위에 등록된 당대표도 사실 아니다. 정치적인 당대표"라며 "나는 (전당대회에)출마 못한다. 뉴페이스가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노선과 관련해선 "우리 당 방향이 복지와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사민주의와 일치하지만 사민주의를 당의 이데올로기로 못막는 것은 시기상조다. 토론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보진영 재편과 대해선 "지난해 당 출범 때는 올 하반기 정도에 진보진영 연대를 기대했지만 다른 데가 준비가 덜 됐다"면서 "앞으로 진보블록 내 논의가 있을 것이다. 진보의 한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재편 시기와 관련, "야권 내 새판짜기가 본격화되는 시기는 총선과 대선 때다.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 맞출 필요는 없다. 지지층을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급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노 공동대표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폐쇄적으로 스스로 고립되는 노선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10월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명분이 있는 선거연대를 추진하겠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공동의 정치적인 목적을 관철하는 연대는 오히려 해야 한다"며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 공동대표는 이날 안철수 의원과 안 의원의 새 정치, 최근 행보 등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안철수신당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요리사를 영입하긴 했지만 개업은 아직 안했다. 한정식인지 중식인지 일식인지도 모른다. 아직 섣불리 평하기 힘들다"며 안철수신당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는 양김정치의 연장선상이다. 특정지역과 특정인이 통하는 낡은 정치체제다. 양김정치가 남아있는데 민주당을 리모델링하고 사람과 지역기반, 간판만 바뀐다면 양김정치의 실질적 연장"이라며 "안철수신당의 관건은 민주당을 그냥 대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정치의 구심이 되느냐"라고 분석했다.

안 의원이 노동을 중시한 점에는 "안 의원이 노동을 강조한 점은 무조건 환영한다. 한국 정치권이 그간 노동을 등한시해왔기 때문이다. 최장집 교수가 안 의원에게 가서 진보정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 좁아져도 좋다. 연대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이 안철수세력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관해선 "진보적 자유주의는 현실 정치인 중에선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시절 제일 먼저 얘기했다. 참여정부도 사실 진보적 자유주의로 봐야한다. 좀 더 들어봐야 하지만 사실은 낯익은 기치"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새 정치 구호에는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노 공동대표는 "안 의원에게 실망한 것은 대선 당시 내놨던 새 정치의 내용이 상당부분 포퓰리즘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정치적으로 준비가 덜 돼있었다. 내용이나 고민, 의지가 부족해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이후 6개월이 지났다. 내용 채워졌길 기대한다. 한국정치에는 낡은 것보다 새 것이 많아져야한다. 새 비전이 많아져야 한다"며 안 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 공동대표는 또 안 의원의 대학교수 중심 정치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발언을 해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정치권이 변화 요구에 직면해있지만 정치인 중에 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 정치인은 자기가 판을 바꿔야하는 책임이 있는데 교수를 대리인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전면에 대학교수를 배치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노 공동대표는 미국식 정치보다 유럽식 정치를 선호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유럽은 복지국가 모델이지만 미국은 복지국가 모델이 아니다. 유럽식 구조는 보수 대 진보 구도지만 미국은 보수 대 자유주의 구도다. 미국식으로 가면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며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향한 열망을 볼 때 유럽식 구도로 가야 한다. 만약 (안철수 의원이 주창하는)진보적 자유주의가 중심이 되면 진보가 자유주의에 얹히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