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 5분, 서해를 항해 중이던 윤영하함에 비상 신호가 울렸다. "적정(敵艇) NLL(북방한계선) 침범, 전 승조원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전투 배치!"
곧바로 76㎜와 40㎜ 함포가 적정을 향해 포구를 부라렸다.
"우리 경고 방송 무시하고 계속 남하!"라는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함장은 곧바로 사격 명령을 내렸다. 함포가 불을 뿜었다. 잠시 후 약 3㎞ 밖에서 하얀 물기둥이 10여m 높이로 연이어 솟구쳤다.
이날 해군 제2함대 소속 윤영하함은 적 함정이 NLL을 침범했을 경우를 가정해 해상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爆沈)이 발생한 서해에서 실전 같은 훈련은 일상(日常)이 됐다. 윤영하함 승조원들은 "6월이 되면 피가 끓는다"고 했다. 2009년 6월 실전 배치된 유도탄고속함(PKG)인 윤영하함은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고(故)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딴 전투함이다.
제2연평해전은 '잊힌 전투'였다. 참수리 357호정이 침몰하고 용사 6명이 전사하는 등 아군 피해가 커 해군은 이를 상기하길 꺼렸다. 한 해군 예비역 장성은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을 우리 함정으로 접근해 밀어내라는 비상식적 교전 수칙만 없었어도 불필요한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서해교전'으로 명명됐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현재 명칭으로 바뀌고 기념식도 해군 2함대 사령관 주관에서 정부(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격상됐다.
윤영하함 사관실에는 고 윤 소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현재 윤영하함 함장인 정진호(해사 52기) 소령은 윤 소령의 2년 후배다. 정 소령은 초상화를 볼 때마다 "생도 시절 복장과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다고 윤 선배님께 자주 혼났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2함대 정훈공보실장으로 윤 소령의 동기인 이성민(해사 50기) 소령은 "결혼을 앞두고 처가 식구에게 인사하러 갈 때 (윤)영하가 직접 차를 몰고 데려다 준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영하는 영어도 잘하고 성적도 우수해서 동기 중 제일 먼저 진급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전사하면서 소령으로 1계급 특진이 돼 그 말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영하함 식당에는 '원수의 가슴에 총칼을 박자'는 문구가 있었다. 윤영하함 승조원들은 출항 직전 2함대 내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를 찾아 묵념한다고 한다. 이들은 '출동 신고' 대신 '출전(出戰) 신고'를 하고 바다로 향한다. "언제든 제3, 제4의 연평해전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하함이 NLL 수㎞ 내로 접근하자 승조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2함대본부와 교신량도 증가했다. 윤영하함 레이더에는 꽃게 철을 맞아 NLL 근처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 수백 척과 NLL 너머 북한 어선, 함정들이 점으로 표시됐다. 최근 들어 북한 상선과 어선, 단속정(어업 지도선)의 NLL 침범 횟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정 소령은 "윤영하함 등 서해 NLL을 지키는 유도탄고속함과 고속정은 적의 지대함(地對艦) 미사일과 해안포 사거리 내에서 임무 수행을 하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민 소령은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NLL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을 만들고 있는 제작진과 부족한 제작비 지원을 위해 성금을 내고 바자회에 참여한 국민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 윤 소령의 해사 50기 동기들은 지난 15일 영화 촬영 중인 진해 해군기지를 찾아 제작진에게 도시락과 격려금을 전달했다. 이들은 300만원을 모아 성금으로 냈으며, 추가 모금도 고려 중이다. 이 소령은 "흥행 여부를 떠나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만으로도 고 윤 소령 등 6용사와 바다를 지키는 해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