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의 배임 의혹에 대한 고발과 편집국장 경질 등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반발로 시작된 한국일보 노사 갈등이 편집국 폐쇄와 이틀에 걸친 신문 지면 축소 제작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일보 사측은 지난 15일부터 용역과 비(非)편집국 직원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경영진의 인사 발령에 반발하는 노조원(기자) 180여명의 편집국 출입과 기사 작성·송고 프로그램 접속을 막았다. 이후 17일자 신문은 사측의 입장에 따르는 부장 이상 간부들과 일부 기자 20여명만 참여해 지면을 축소 제작한 데 이어, 18일자도 축소 제작하는 등 이틀째 신문 제작이 파행을 겪었다.

편집국 폐쇄와 동시에 사측이 요구한 '근로제공 확약서'에 동의하지 않은 한국일보 기자 180여명은 이틀째 편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130여명은 17일 한국일보와 서울경제 건물을 오가며 집회를 열었다. 오후 9시쯤엔 편집국이 있는 서울 중구 한진빌딩 15층에 올라가 편집국 진입을 시도하며 사측 용역 직원들과 몸을 맞대고 대치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노사 갈등은 7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일보는 종로구 중학동 사옥을 한일건설에 매각하며, 새 건물 완공 시 일부 층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2011년 초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노조는 "장재구 회장은 시세 차익이 가능한 이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자기의 200억원대 부채를 털어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를 문제 삼아 지난 4월 29일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사측 관계자는 "당시 청구권을 행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워크아웃 중이던 한일건설이 이미 건물을 외국계 펀드에 팔아버린 뒤였다"며 "포기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의 장 회장 고발 직후인 5월 1일 친(親)노조 성향이라고 판단한 이영성 편집국장을 경질하는 등 편집국 인사를 단행했다. 편집국 폐쇄와 집배신 프로그램(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시스템) 접속을 차단한 것도 기자들이 한 달째 인사 발령을 거부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사태는 조만간 있을 검찰의 장재구 회장 소환 때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참고인 조사는 마친 상태다.